국토의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사전환경성검토 제도가 환경훼손 우려가 높은 개발계획에 면죄부를 주는 요식절차로 전락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은 12일 “경기도와 파주시가 신청한 문산LG협력공단 조성계획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가 졸속으로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환경부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사업은 경기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와 선유리 일대 60만평에 LG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공장이 들어설 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내년 3월에 착공해 10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은 지난 8월23일 “공단 운영 시 대기질 및 악취에 대한 영향을 예측,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사업계획에 동의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과 파주지역 시민단체들은 “공단 예정지가 주택가와 교육시설(문산여고 등)에 인접한데다 철새도래지이자 임진강 지천인 문산천과 동문천 등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커 종합적인 환경진단이 필요한데도 환경부가 아무런 보완검토 요구도 없이 졸속으로 동의해줬다”며 “이는 사업주체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그대로 수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를 다시 하지 않을 경우 실력행사로 공단조성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2000년 8월 도입된 사전환경성검토 제도는 개발계획 수립 초기단계부터 환경성을 따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목적. 주요 행정절차가 끝난 뒤 사업실행 직전에 가서야 이뤄지는 환경영향평가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사업시행주체가 작성해온 보고서를 환경 당국이 단순히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다 검토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체에 대한 처벌조항도 없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3,618건의 사전환경성검토 가운데 83%(2,994건)에 대해 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로 개발사업에 길을 터주었다. 사업계획 자체를 거부한 부동의는 전체의 6.4%(232건)에 불과했고 그나마 재협의 등을 통해 사업이 다시 진행된 사례가 많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두언(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국감에서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를 통해 한차례 불가판정을 내렸던 팔당호 상수원보호구역 내 군시설 조성계획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동의를 해줬다”며 담당 공무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규제완화 차원에서 사전환경성검토 처리시한을 현행 30~40일에서 20일로 단축하는 방안마저 추진되고 있어 제도 자체가 더욱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형섭 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