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두산이 ‘참이슬’ 신화의 주역으로 진로 부사장까지 지낸 한기선(53ㆍ사진) 전 오비맥주 부사장을 주류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두산에겐 어제의 적장이 오늘의 상사로, 진로에겐 어제의 상사가 오늘의 적이 된 셈이다.㈜두산(회장 박용오)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한기선 전 진로 부사장을 주류BG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신임 한 부사장은 휘문고와 서울대를 나와 1988년 진로에 입사, 2001년 진로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진로의 영업과 마케팅을 진두 지휘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참이슬’로 소주시장 점유율을 1년 만에 30%에서 40%로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02년 회사가 다시 부도를 맞자 오비맥주 부사장으로 옮겼고 지난해 사표를 냈다 이번에 다시 두산의 소주 사업을 돕게 됐다.
두산이 경쟁사인 진로 부사장 출신의 한 부사장을 영입한 것은 법정관리중인 진로 인수를 위해선 무엇보다 진로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 부사장은 두산이 진로를 인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거론되는 진로 내부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카드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진로 내부에선 다른 곳은 몰라도 경쟁사인 두산에 인수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진로 재직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한 부사장의 경우 이러한 반발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로는 한 부사장의 두산행에 대해 복잡미묘하면서도 떨떠름한 반응이다. 특히 대전ㆍ충남지역 대표 소주업체인 선양주조가 지난달 김광식 전 진로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진로에서 부장과 차장을 지낸 박용대씨와 김용택씨를 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한 부사장마저 적진으로 가자 다소 맥이 풀린 분위기다. 현재 진로와 두산의 수도권 소주시장 점유율은 93대7로 진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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