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서양에 한국의 미를 알린 세계적 작가인 이응노(1904~1989)탄생 100주년, 수화 김환기(1913~1974)가 세상을 뜬지 30주기가 되는 해. 이를 기념한 두 사람의 예술세계와 생애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마련된다.◆'문자추상' '군상' 등 파리시절 조명-이응노 탄생 100주년전 ‘파리 이응노 아틀리에’
1959년 독일을 거쳐 60년대 파리에 정착한 고암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 갔다. 67년 동베를린 사건, 80년대초 윤정희ㆍ백건우 납치사건 등에 연루돼 생전에는 한국에서 활동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89년 호암갤러리의 개인전 개막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5일부터 12월31일까지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는‘파리 이응노 아틀리에’전은 고암이 파리에서 보낸 40년 궤적을 조명하는 자리. 50년대에 이미 먹의 자유분방한 표현력과 농담(濃淡)을 바탕으로 대상의 특성을 파악, 일필휘지로 표현하는 반추상적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고암은 파리에 정착한 후직관과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파리 화단의 추상적 경향과 맞물려 그만의 독창적 추상미술을 전개했다.
이번 회고전에는 기호화된 문자와 인간 형상을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형상화한 ‘문자추상’과 ‘군상’시리즈 50여점을 전시한다. 또 고암의 마지막 작업실이었던 프레 생 제르베 아틀리에를 재현하고, 창작활동을 보여주는 사진 100여장과 유품도 나온다.
(02)3217-567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에서도 11월3일부터 내년 2월6일까지 주요미술관, 개인 소장, 파리에 있는 작품 150여점을 모아 대규모 회고전을 가질 예정이다.
◆50-60년대 토속적 유화 한자리에-김환기 30주기전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
환기미술관이 12일부터 11월14일까지 여는 김환기 화백의 30주기전 1부‘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는 수화의 조형언어가 한국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그의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50,60년대 초반의 유화, 드로잉 등 57점을모았다. 남다른 감식안을 지닌 고미술품 수집가였던 수화가 아끼고, 작품에도 종종 등장시킨 달항아리도 10점 전시된다.
63년 미국 뉴욕에 정착한 뒤 수화는 끝없이 찍어간 점과 선으로 채워진 추상화에 치중했고, 푸른빛이 감도는‘점화’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한국에서 보낸 50년대에는 한국의 산과 구름, 나무, 하늘 등을 소재로 구상적이고 토속적인 색채가 강한 유화를 남겼다.‘백자와 꽃’‘매화와 항아리’‘달밤의 화실’‘산월’‘산’ 등 그의구상 작품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드문 일.
11월23일부터 시작되는 2부‘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전에서는 환기의 뉴욕시대를 조망한다. 대작‘점화’20여점 외에 당시 작업실 풍경및 작가의 일상을 담은 사진, 편지, 일기장 등도 함께 전시한다. (02)391-7701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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