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의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물가안정 및 무역수지 흑자기조에도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1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자동차와 가전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알루미늄,구리, 아연, 납, 주석, 니켈, 펄프, 생고무 등 8대 핵심 원자재(비철금속 제품 및 임산물)의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수입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올 1~8월 이들 품목의 수입액은 62억8,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2억6,600만달러)보다 47.3% 증가했다. 9월중 원유 수입액도 24억9,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7억8,300만달러)보다 40.2%가 증가했다. 우리나라 원유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산 두바이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35.56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25.37달러)보다 40.2%가 올랐다.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국제가격 인상에 따라 수입단가가 치솟은 데다 하반기 들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재난으로 수입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품목별로는 납 수입액이 1억2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96.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니켈도 8억4,800만달러로 94.5%나 늘었다. 구리는 77% 늘어난 20억2,500만달러 어치가 수입됐으며 주석 수입액도 9,600만달러에 달해 68.4% 확대됐다.
천연고무는 2억9,400만달러로 38% 늘어났고 알루미늄은 29.5% 증가한 20억3,000만달러, 펄프는 13.8% 늘어난 8억3,300만달러 어치가 각각 외국에서 들어왔으며, 아연만이 유일하게 800만달러 가량 감소했다.
특히 납, 니켈, 동, 주석 등 4개 품목은 8월말까지 수입액이 지난해 연간총수입액을 이미 넘어섰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원자재 수입액도 지난달 20일까지 1,571억6,200만달러에 달해 작년 동기보다 27% 늘어났고 9월 들어서만 35.7%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연초에 이어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어 올해 핵심품목의 원자재 수입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원자재가격 오름세와 함께 최근 수출제한조치가 해제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고철(철스크랩)의 매점매석 행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11일부터 2주간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유가 현 수준 지속땐 올 성장률 4%대 추락" 한은 보고서
국제유가가 떨어지지 않고 연말까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금년 성장률은 4%대 추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년까지도 현 유가 수준이 계속된다면, 성장률은 3%대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10일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작성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45달러 안팎에서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금년 성장률은 4%대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미 45달러선을 오래전 돌파했으며 지난 주말엔 배럴당49.44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 49달러대를 넘어선 상태다.
한은은 당초 상반기 5.4%, 하반기 5.0% 등 금년도 연간 성장률을 5.2%로 전망했으나 예상을 깨고 국제 유가의 초강세 행진이 장기화함에 따라 연간성장전망을 5%내외로 사실상 하향조정한 상태다. 다만 서부텍사스중질유나브렌트유와는 달리, 국내수입유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배럴당 37달러대)의 가격상승이 상대적으로 완만한 것이 한국경제로선 그나마 위안거리다.
보고서는 이어 향후 국제유가가 하향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만약 45달러 수준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내년 성장률은 3% 후반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대 초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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