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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회중시계를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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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할아버지의 회중시계를 추억하며

입력
2004.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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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허리에 차는 골프 시계를 하나 얻었다. 운동을 하며 손목에 시계를 찰 수 없어 허리에 차는 것이라고 했다. 손목시계는 눈 가까이 팔을 올려 바라보니 숫자판이 작아도 상관이 없지만 이것은 허리에 찬 시계를 내려다봐야 하기 때문에 시계도 크고 그 안의 숫자도 제법 큰 글씨로 선명하게 찍혀 있다.이틀 동안이나 손목시계를 풀어놓고 그걸 차고 다녔더니 아내가 그게 그렇게 좋으냐고 놀리듯 물었다. 마치 중학교에 들어가 시계를 처음 선물 받은 소년처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걸 좋아하는 건 이 시계의 또 다른 느낌 때문이다. 같은 형제인데도 할아버지는 평생 집안에만 계셨고, 작은 할아버지는 만주며 중국이며 일본이며 안 다닌 곳 없이 다니셨다. 그런 작은할아버지가 일본에서 똑같은 모양의 회중시계 두 개를 사와 동기간의 우애의 어떤 상징처럼 나누어 차신 것을 두 분 다 말년까지 애지중지 여기셨다.

회중시계는 품속에 차는 것이고 이것은 허리에 끼워 차는 것이지만, 왠지 느낌이 두 분 할아버지의 시계를 내가 물려받아 차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손목시계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래도록 이 시계를 찰 것 같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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