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1회 한중일 민간 고위급 평화발전 및 안정보장 포럼'의 개막식이 열린 중국 베이징의 다오위타이 국빈관 이른 아침부터 3국의 안보·평화·문제 전문가들로 북적거렸다. 그 동안 국제회의 등을 통해 안면을 익혀온 한국과 일본측 참가자들은 소장파 학자까지 대거 가세한 중국측 인사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다. 행사를 주관한 장리펑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은 다소 들뜬 표정으로 "우리는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지만 오늘은 순수한 학자 자격으로 나왔다"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해보자"고 말했다.권병현 한국동아공동체연구원장은 "으르렁대기만 했던 한중일 3국이 민간차원에서 아주 산뜻하게 출발했다"면서 "토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70여명의 참석자들은 개막식에 이어 전체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의를 확인한 뒤 국가행정학원 센터로 옮겨 주제발표에 들어갔다.
천자구이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은 "이렇게 많은 안보문제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최정상급 연구자들이 모인 만큼 중국도 최고의 이론가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회의 첫날인 이날은 안보전략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둘쨋날인 11일에는 경제 및 외교전략 분야에 대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된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이동준기자
◆북한 핵문제
○…6자회담에 임하는 한국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북한의 핵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언뜻 전자를 해결하는 것이 급한 것 같지만 후자의 평화문제를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은 핵 문제를 해결하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로부터 공동으로 체제보장을 받겠지만, 한국은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 핵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남북간 공동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은 지역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로 확대재생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주한미군 문제의 경우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도 그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안정자 역할도 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각국의 전략적 이익을 공통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방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백종천(白鐘天ㆍ세종연구소장)
○…냉전이 끝난 지금 누가 북한문제를 ‘세계화’하고 있는가. 다름 아닌 체제유지를 위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나선 북한 자신이다. 더욱이 북한은 핵 카드를 생존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북일 국교정상화, 북미 평화조약,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등이 포괄적으로 이뤄질 때에야 핵을 포기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는 11월 미 대선 후 다음 3가지 범주 안에 있을 것이다. 우선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초기적 합의에 도달하는 아주 긍정적 방향이다. 둘째는 미 대선 후 개최된 6자회담에서도 북미간 대립이 해소되지 않아 회담의 틀이 붕괴되고, 유엔 안보리 회부 등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다. 셋째는 북미 양국이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ㆍ일본 게이오대 교수)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과의 국력불균형을 극복하고, 국내적으로는 결속력을 고양하기 위해 핵 개발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은 자국의 동북아전략 및 안보이익에 대한도전으로 인식, 단호하게 대응할 태세이다. 이 같은 양국의 현격한 이익 및 견해 차로 인해 6자회담이 3차례나 열렸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북한 핵 문제는 ▦국제적 대화를 통한 해결 ▦북미간 비밀협상을 통한 해결 ▦무력에 의한 해결 ▦미국의 북한 정권교체 시도 등 크게 4가지틀 안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가운데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장리엔쿠이(중국 중앙당학교 교수)
◆중일관계
○…중일관계가 '정치적 냉전, 경제적 열전(熱戰)'의 곤경에 빠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정치관계는 조금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2001년 10월 방중 이후 2년 연속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고 최근에는 매년 참배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 개발권 민간 임대 발언, 일본의 비신사적인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석유송유관 사업 경쟁 등 악재가 겹쳤다.
이 같은 난제들은 중국 국민에게 반일감정을 갖게 한 주요 원인이 됐고, 양국간 정치관계를 개선하는 데 실질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국관계가 최악이지만 우리는 당연히 양국 국민을 화해와 이해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양국 모두가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정상국가가 되길 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양국은 또 국교정상화때의 연합성명과 평화우호조약 등을 토대로 정치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양밍지에(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일중 양국은 지금 바다와 하늘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양국 간의 군사적 대응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느낌까지 든다.
특히 양국은 동중국해의 영토 및 해양자원개발을 둘러싸고 지난 20년 간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협의도 하지 않았다. 중국은 2001년부터 동중국해는 물론이고 태평양 서부지역에서도 해양조사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움직임이 조사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을 때 일본의 안전보장에 위협적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하늘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의해 비행정보구역(FIR)으로 구획되고 각국의 항공교통관제기관이 이를 통제한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에는 위험공역(空域) 23개소, 비행제한 공역 165개소, 비행금지 공역 2개소등 제한 공역이 있다.
2001년 4월1일 미중 군용기 접촉 사건은 바로 이 제한공역의 폐지와 설정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된 측면이 강하다. 하늘과 바다를 둘러싼 양국간협의는 동아시아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야스다 준(安田淳ㆍ게이오대 교수)
◆동아시아 안보전략 구상
○…중국은 구 소련의 일부 국가들과 ‘상하이(上海)협력기구’를 만들었지만 동아시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세안지역포럼(ARF)은 아태지역을 포괄하나 협의기구에 불과하다. 유럽안전보장협력기구(OSCE)는 동북아 안전보장을 위해서도 모델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동북아가 최소한 전쟁이 없는 공동체로 되기 위해선, 우선 이 지역에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개입을 유엔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조건 하에 수용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또 한중일은 인접국가가 공격해올 것이라는 구시대적 안전보장 개념을 버리고 현재 보유 중인 군비를 축소ㆍ재편하는 한편, 테러 등 공통의 위협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오카베 다츠미(岡部達味ㆍ도쿄대 명예교수)
○…동아시아 지역에는 민족분열 세력, 국제테러조직에다 일부 국가간의 영토분쟁 등 불안정 요인이 상존해 있다. 이런 위협 요인들을 사전에 제어하지 못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먼저 미국의 패권주의적 개입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다자안보체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일본 위협론’을 주창했던 미국은 이제 ‘중국위협론’을 내세우며 양안 문제 등에 끼어 들고 있다.
또 미일 군사동맹과 같은 냉전적 산물은 없어져야 한다. 미일 군사동맹의강화는 다자안보 협력을 위해 필수적인 상호간 신뢰구축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양민준(楊民軍ㆍ중국군사과학원 세계군사연구실 연구원)
○…동북아가 안전지역이 되고 세계 경제의 중심무대로 회복하기 위해선 지역협력 혹은 통합기구를 만드는 등 집단적 접근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이 지역의 한 국가가 패권을 지향한다면 주변국가는 물론 미국과 끝없는 소모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사실 동북아 3국간에 지역협력 문제를 풀지 못하면 아시아 등 지역간 협조체제 구축도 거의 불가능하다. 한중일 3국은 21세기 지역협력 및 네트워크 시대의 도래의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 한중일 정부간 지역협력이 한계가 있다면 민간이 나서 공동체 의식을 고취, 지역협력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각각의 정부를 대화의 틀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권병현(權丙鉉ㆍ동북아공동체연구원장ㆍ전 주중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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