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의 고교등급제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3개 명문 사립대는 특정 고교 및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지역별 학력차를 점수에 반영하는 등 '교묘하고 노골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최근 3년간 진학자수, 수능성적 및 내신성적 차이, 학교 규모 등을 고려한 별도의 '전형자료'를 마련했다.이들 3개 대학의 공통된 특징은 교사들이 작성한 내신성적을 불신해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평어 또는 석차)의 실질반영률이 고려대 1.72%, 서강대 4%, 성균관대 2.54% 등으로 매우 낮았다는 점이다. 특히 연세대는 학생부 상위 1%와 10%인 수험생의 점수차가 60점 만점에 0.79점에 불과했다. 반면 서류평가나 논술·면접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특목고나 강남권 학생들이 비강남권 및 지방 학생들에 비해 대부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화여대의 경우 가산점 부과기준 및 내역 등이 적힌 고교별 리스트 자료까지 만들어 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1단계에서 학생부 60%와 서류평가 20%(기초 15% + 종합 5%)를 반영, 2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서 면접 및 구술 20%를 더하는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기초서류평가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지원자수와 입학자수, 내신성적 차이 등을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전형했다. 그 결과 특목고 및 강남권 출신 점수가 월등히 높았다. 서울지역 특목고의 경우 지원자 115명 중 114명이 80∼100점, 강남권도 지원자 593명 중 18명이 같은 점수대에 분포했다. 반면 비강남 지역은 1,524명의 지원자 중 단 1명만이 80∼100점에 포함됐다.
그러나 고교별로 획일적인 평가점수를 부여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학교라도 강남 A고 출신은 79(최고)∼10점(최저), 비강남 B고 출신은 58(최고)∼10점(최저)을 받는 등 점수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본부가 평가위원에게 가산점 부여 자료는 제공했지만, 최종 판단은 전형 교수들의 주관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석차백분위와 평어 각 12.5%, 학생부 25%, 서류평가 5%, 논술 70%로 선발했다. 석차백분위와 서류평가 점수에 출신 고교의 최근 3년간 진학자수와 수능성적, 재적수 등을 고려한 이른바 '보정(補整)점수'(0∼1점)를 추가했다.
그러나 고교 유형·지역별 편중 결과는 나타나지 않아 '위력'은 미미했다. 전체 지원자의 보정점수를 반영한 석차백분위 분포는 11.5∼12.5점이 가장 많았고 10.5∼11.5점, 9.5∼10.5점, 9.5∼10.5점, 8.5∼9.5점, 7.75∼8.5점 순이었다. 이 같은 배열은 강남과 비강남, 지방(경기 포함) 관계 없이 비슷했다. 합격자 422명의 지역별 분포 또한 강남이 18.2%로 비강남(33.2%)이나 지방(34.1%)보다 낮았다. 그러나 특목고 비중은 14.5%로 다른 대학보다 높아 일부 혜택을 받았음이 입증됐다.
◆이화여대=학생부 60%와 서류평가 20%를 합산, 1단계에서 4배수를 뽑은 뒤 2단계에서 면접 및 구술 20%를 더했다. 서류평가는 자기소개서(10%)와 학업증빙서류(10%)로 이뤄졌다. 이 중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대학 합격현황과 입학자 성적 등을 정리한 참고자료를 반영했다. 그 결과 고교 유형·지역별로 일정한 점수대가 뚜렷하게 형성됐으며 서울 특목고, 지방 특목고, 서울 강남권이 후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자기소개서 평가 점수가 50∼100점인데도 특정 고교 출신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는 1.25∼1.5점에 그칠 정도로 거의 같은 점수를 줬다. 가령 A 특목고는 82.75∼84점, 강남 B여고는 72.75∼74.25점이었다. 이에 따라 합격자 355명 가운데 강남 출신이 36.1%, 특목고생이 20.3%로 월등히 많았고 비강남은 17.5%, 지방은 26.2%에 불과했다.
◆기타대=서강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나머지 3개 실사대학은 등급제를 의심할만한 특이 사안이 발견되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일반전형에서 문제가 없었지만, 13명을 선발한 리더십 특기자전형에서 고교별 입학실적을 평가요소로 반영했다. 그러나 반영률이 1%로 낮고 합격자도 강남 1명, 강북 4명, 기타 8명 등으로 고르게 분포, 시정 요구 및 기관경고 조치만 받았다. 서강대는 학생부 실질반영률이 낮고 서류전형도 최고 100점에서 최하 99.8점으로 차이가 0.2점에 불과했으며, 전공구술 및 면접에서도 고교별로 비슷한 성적을 보였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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