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5,000년 동안 갖고 있었다. 말 잘 하는 사람에 대해서 별로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말이 청산유수다”라고 평가할 때, 그 평가는 결코 좋은 평이 아니다. “말은 잘 하지”라는 표현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볼 수 있다.말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고, 말 잘하는 법을 배운다는것은 가벼운 처세술에 자신을 맡기는 천박한 짓이라고 여기기 쉬운 풍토도 있다. 침묵은 금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침묵이 금이 될 수 있는 것은 말로 자신의 마음을 잘 소통하다가 가끔 금처럼 빛나는 침묵을 가질 때나 해당된다. 처음부터 침묵만 지키면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침묵이 값어치를 가질 수가 없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해 보면 같이 있어서 즐거운 사람이 있다. 나를 배려해 주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주고, 자기 이야기를 조리 있게 적절한 길이로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과 이야기하고 나면 가슴 속에 있는 것이 다 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입만 열면 상대의 마음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로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다.
일단 말로 상대방과 통하고 싶다면 ‘스피치’가 아니라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 통행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독점하는 사람은 곤란하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말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다. 본인 이야기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를 독점하는 것이다.
말 때문에 괜한 화를 입는 사람도 있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빚을 갚기는커녕 세 치 혀를 잘못 놀려서 원수를 만들기도 한다. 칼로낸 상처는 낫지만, 말로 낸 상처는 아물기 어렵다. 마음에 한번 금이 가면 테이프로 이어 붙여도 금 간 자리는 남아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그러니 기왕 하는 말은 곱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아첨이 아니라 진정으로 상대의 장점을 보고 작은 일이라도 칭찬해 주는 데서 마음 소통이 일어난다.
말을 할 때는 잘 해야 한다. 말을 잘 하는 것이 좋은 목소리와 아나운서 같은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말을 하는 법이 단순히 청산유수처럼 말을 좔좔 풀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발음을 어떻게하고, 억양의 높낮이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아나운싱 기법도 아니다.
메시지는 마음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말의 컨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는가가 우선 중요하다. 말은 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온다. 컨텐츠와 스타일이 다 중요하다. 컨텐츠가 없는데 스타일만 뛰어난 ‘말쟁이’들을 많이 보지 않는가?
소위 말하는 ‘울리는 꽹과리’ 스타일이다. 그런가 하면 좋은 컨텐츠를 가지고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내용은 좋은데 도무지 정리가 안 되는 것이다. 자신이 컨텐츠에 강한지, 스타일에 강한지 파악한 후에 약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나 조직에서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수가 없다. 마음을 여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은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가장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소통이 잘 되는 사람끼리는 문제가 없다. 소통이 벽에 막힐 때 인간관계도 막다른 골목이 된다.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문제는 없는지 점검해 보자.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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