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8일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의 고교등급제 시행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으나 이 발표로 고교등급제 논란이 잠잠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교육관련 단체들은 물론, 비강남권 학교와 학부모들도 "21세기 골품제도가 사실로 드러났다"고 분개하면서 3개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와 수시 1학기 전면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대학과 강남권 학교 및 학부모들은 "차제에 학력격차를 반영하는 대입안을 강구하자"며 역공을 취하고 나서 2008학년도 대입안 확정까지 교육계는 더 큰 갈등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강남과 비강남 엇갈린 반응=서울 강북에 위치한 명지고의 문후영 교사는 "1학기 수시모집의 경우 우리 학생들이 거의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며 "공공연한 비밀이 사실로 드러난 데 대해 분노와 함께 허탈감마저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3 자녀를 둔 강북의 장모(47)씨는 "강북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니 이 나라가 강남 특권층의 공화국이냐"고 비난했다. 건대부고 위명훈(18·3년)군은 "강북에서 살아 강북에 있는 고교에 배정됐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었다는 게 정말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강남 H고의 한 교사는 "학력차이가 있는데 무조건 똑 같이 하라는 것은 결국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만 불이익을 받으라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외고 학부모 이모(46)씨는 "우수한 학생과 학교를 무조건 똑 같이 대우하는 것은 역차별이자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든지, 내신 반영 비율을 확 줄여 특목고나 강남 학생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단체 강력 조치 요구='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들이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은 조직적 입시부정"이라며 수시 1학기 무효화와 해당 대학에 대한 특별감사, 책임자 형사고발 등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조는 "고교간 차별을 뒀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문제가 된 3개 대학에 대해 교육부가 학부모 및 교직단체 추천인사까지 참가 시키는 방식으로 강도 높은 특별감사를 벌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향후 전망=2008학년도 대입안을 둘러싸고 대립양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수시 1학기에서 탈락한 학생과 교육관련 단체들은 새 대입안 추진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고교등급제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더욱 약화시키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 같다. 반대로 대학들은 새 대입안을 "신뢰성을 이미 상실한 내신성적을 부여잡은 방안"이라고 맹렬히 성토하면서 고교등급제 인정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전망이다. 또 수능과 심층면접, 논술 등 대학별 고사도 한층 강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렇게 될 경우 이번 실사 과정에서 교육계 양쪽으로부터 "대학의 고교등급제에 무능력하게 대응했다" "고교간 학력차를 무시한 내신성적 강화는 불가능하다"는 비난을 받아 온 교육부는 한층 코너에 몰리면서 새 대입안이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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