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케네스 데이비스 지음ㆍ이순호 옮김 / 책과함께 발행ㆍ2만3,000원‘역사는 역사가와 사실(史實)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E. H. 카)
미국의 케네스 데이비스는 그 심오한 대화를 무조건 쉽고 재미있게 이끌자는 사람이다. 사관(史觀)도 중요하고 고증도 필요하지만, 일단 살아있는 역사가 되려면 대중들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게 그의 고집이자 성공의 비결이었다. 전문가들의 세계에서야 위험하고 지극히 상업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겠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더없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원제 ‘Don’t Know Much About History’)는 이렇게 탄생한 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교양서 ‘…대해 잘 모르는 것’(Don’t Know Much About)시리즈의 하나로 1992년에 처음 출간돼 지금까지 150만부가 팔렸다. 저자는 ‘지리학’ ‘대통령’ ‘남북전쟁’ ‘성경’ ‘우주’도 대중들을 위해 꼭꼭 씹어 소화시켜 먹기좋게 만들어 놓았던 재주꾼이다.
저자는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부터 2000년 미국 대선에 이르기까지, 9개의 대주제 아래 문답식으로 미국의 역사와 대화한다. ‘누가 정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까’에서는 대륙을 발견한 것은 엄연히 인디언들이며 콜럼버스는 황금을 찾으려는 열망에 원주민을 노예화하고 학살했다고 고발했다.
또 링컨에 대해서도 그가 당초 ‘흑인과 백인은 신체적으로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ㆍ정치적으로 평등하게 사는 일은 영원히 없다’고 말한 인종주의자였으나, 대통령 선거에서 경쟁후보와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노예해방론자로 인식됐다고 밝혔다.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는 말단 노동자에서 출발해 억만장자가 됐고, 포드와 린드버그는 아무 것도 발명하지 않았으면서도 갑부도 되고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됐다고 꼬집었다.
저자는 9ㆍ11테러가 발생한 후 내용도 추가했다. 테러 당시 달라스-포트워스 공항 비행기 안에 있었다는 그는 미국에 왜 그런 끔찍한 역사의 순간에 도달해야 했는지 자문하면서 증보판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악의 제국에서 악의 축으로’라는 제목의 마지막 장에서는 걸프전과 클린턴 섹스스캔들, 대선 개표논란까지 언급하고 있다.
책이 너무 진보적이고 반(反)기업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미국이 특정 권익의, 특정 권익을 위한, 특정 권익의 정부였다”고 굽히지 않으면서도 “최악의 혹평가들이 헐뜯는 것보다는 좀 더 바르게 행동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며 옹호하기도 한다.
그는 또 미국역사에서 사회개혁과 같은 중요한 발전은 민중에서 비롯했으며 워싱턴,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등은 전환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꼽았다.
이 책의 장점은 역시 미국역사의 그늘을 변명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에 있다. 또 다소 흥미위주의 사례만 늘어놓은 부분도 없지 않지만 조각 조각 이루어진 작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는 살아있고 인간적이며 늘 변한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와 닿는다.
우리는 미국역사 말고도 그 역사를 풀어가는 요령과 솜씨에 대해서도 알고 배워야 할 게 많다.
/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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