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2046’으로 한국을 찾은 양차오웨이(梁朝偉ㆍ42)는 우수의 얼굴로 20년 가까이 아시아 톱스타 자리를 지켜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그가 8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이벤트 ‘오픈 토크’를 통해 배우 이영애와 공식만남을 갖고 영화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이영애씨가 주연한 ‘공동경비구역 JSA’와 ‘봄날은 간다’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신비감이 넘쳐 나는 배우에요. 언어의 제약이 문제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이영애씨와 같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습니다.”
“양차오웨이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에요. 부산에 오기 전 ‘화양연화’와 ‘해피투게더’를 또 보았습니다. ‘2046’은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만으로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영화였어요. 양차오웨이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선다면 큰 영광이에요.”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화양연화’로 2000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차오웨이는 속편격인 ‘2046’에서도 상처 입은 남자의 내면을 가슴 저미는 연기로 소화해내 건재를 과시했다.
그는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희망을 잃은 채 싸구려 호텔에서 소설을 쓰는 차우 역을 맡았다. 차우는 옆방 2046호에 머무는 바이링(장쯔이ㆍ章子怡)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 등 많은 여자들을 떠돌지만, 사랑이라는 단어에는 냉소적인 인물. “사랑은 김치와 같아요. 처음 먹을 땐 강렬한 맛이지만, 점점 익숙해지면 그 맛을 모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사랑의 미세한 감정을 잘 표현해 내는 연기비결에 대해 그는 “영화 속 인물은 촬영기법, 조명, 영화내용 등이 조합되어 이루어지지 단지 배우 혼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겸손해 했다.
“‘2046’의 차우는 ‘화양연화’와 같은 인물임에도 감독이 전혀 다른 성격의 연기를 요구해 당혹스러웠고 좀 힘이 들었어요. 감독과는 촬영 시간이외에는 만나지도 않고 이야기도 나누지는 않아요. 촬영장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그는 선글래스를 항상 끼고 있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모를 사람이에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마지막 편 ‘친절한 금자씨’에서 30대 중반의여인 역을 맡아 내달 중순 촬영에 들어가는 이영애는 “대장금 등으로 쌓인 이미지에 새로운 색깔을 입히고 싶다”며 “큰 모험이 될 작품인데, ‘2046’의 양차오웨이 연기를 보고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양차오웨이는 시나리오작업중인 공포영화를 한 편 찍고, 내년에 다시 왕자웨이와 쿵푸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한국이 배경인 마초싱(馬超成) 감독의‘동경공략’ 2편인 ‘한국공략’에도 출연할 예정이지만, 아직 일정이 잡혀있지 않는 상태.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크게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영화많이 찍어 팬 여러분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는 말로 이날의 특별 이벤트를 마무리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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