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금리인하 기대감을 연료 삼아 워낙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질주했던 탓에, 채권시장이 받은 콜금리 동결의 충격은 어마어마할 수 밖에 없었다. 채권 값은 폭락(금리폭등)했고, 단기금리와 역전됐던 3년 만기국고채 유통수익률은 단숨에 콜금리선(3.50%)을 무너뜨리며 장중 20bp(1bp는 0.01%)이상 치솟기도 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17bp나 뛴 3.63%.그 동안 채권에 ‘풀 베팅’했던 채권 딜러들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랠리를 주도했던 투신권과 증권사들은 땅을 친 반면, 6일 채권을 대거 매도했던 은행권은 미소를 지었다. 인하 일색이었던 최근의 금리전망에서‘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일부 외국계 투자자도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냉정히 생각해본다면 금통위가 콜금리를 내릴 이유는 처음부터 크지않았다. 경기·물가지표가 전달과 별로 다르지 않았던 만큼, 지난달의 콜금리 동결결정은 이 달에도 유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금리인하에 ‘올 인’한 것은 재경부쪽 부양의지가 강했고, 현실적으로 한은이 이런 정부 의중을 거역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한은은 이번 금리동결로 재경부와 시장에 ‘한 방’을 먹인 격이 됐다. 박 총재는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정부 말만 좇아 콜금리 인하에 풀 베팅했다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채권 딜러들은 스스로‘철이 없었구나’하고 반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앙은행이라면 과열되는 시장을 진정시켜줄 의무도 있는데 한은은 시장과열을 팔짱 낀 채 지켜보다가 덜커덕 금리동결 결정을 내렸다. 콜금리 동결이 시장에 ‘본 떼’를 보이기 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는 여전히 ‘연내 콜금리를 한번 정도는 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살아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이 워낙 큰데다, 콜금리 인하가 의도했던 투자·소비촉진 효과보다는 ▦자금의단기부동화 ▦채권시장과열 ▦내외금리차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등 금융권내 ‘머니 게임’만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한은으로선 점점 더 금리에 손대기가 어려워졌다.
다만 정부의 부양요구는 계속될 것이고, 실제 내수침체의 골이 더 깊어진다면 심리적 부양의지확인 차원에서 한은이 추가금리인하 카드를 뺄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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