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만 잡다간 묻혀요""폼잡던 동료 중 살아남은 사람이 거의 없어요."
초·재선 의원들의 무대라는 국정감사에서 중진 의원들이 정책자료집 발간은 물론 자료 수집을 위해 설문조사를 하고 현장조사까지 벌이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예 국감장에 가지도 않거나, 가더라도 의원 휴게실을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던 과거 중진들의 모습은 옛말이다. 4선, 5선 의원들이 국감 보도자료를 낸 뒤 담당 기자에게 일일이 전화하며 '세일즈'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감시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17대 국회에 초선이 187명이나 진출하는 등 대대적 물갈이에 자극받은 것이다.
중진이 다수 포진한 국방위가 그 단면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감 첫날인 4일 15분의 질의시간을 초과해 군 현대화 등 국방현안을 추궁, 국방부 관계자를 긴장시켰다. 16대까지만 해도 당 대표의 국감 질의는커녕 국감장에서 얼굴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5선)과 우리당 소속 김덕규 국회부의장(5선)도 이에 질세라 초선들의 보도자료보다 배 이상 두툼한 자료를 내고 매일 국감장을 지키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의원(5선)은 15대때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소속돼 같은 상임위를 가장 오래 한 경우다. 그는 과기부 국감에서 과학전문가 500명을 직접 설문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R& D특구법 제정관련 정책자료집을 내놓아 "긍정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고, 7일 정통부 국감에선 휴대인터넷 사업자 선정의 허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같은 상임위의 우리당 정세균 의원(3선)도 4일 새벽 1시30분까지 국감장을 지키는 등 사흘째 국감이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정 의원은 "열심히 하는 초선들을 보며 자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장들이 회의를 진행하는 하는 와중에 서면질의, 정책자료집 발간 등을 통해 국감에 참여하는 것도 전엔 드문 풍경이었다. 환노위 이경재 위원장(한나라당·3선)은 3권의 자료집을 준비했고, 산자위 맹형규 위원장(한나라당·3선)도 한전, 석유공사 등을 상대로 매일 10건 이상의 질의를 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