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항공사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고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분쟁에 돌입했다.미국은 6일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이 에어버스사에 150억 달러의 불공정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이에 맞서 EU도 즉각 미국이 보잉사에게 230억 달러의 불공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맞제소했다.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성명을 통해 “그간 미국은 유럽에 항공사에 대한 불공정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지만, 유럽은 오히려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유럽측의 성의 없는 이행으로 인해 항공사 보조금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1992년의 양측간의 협정도 효력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스칼 라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992년 이래 미국 정부가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상무부, 워싱턴주정부 등을 통해 보잉사에 260억 달러를 보조해왔다고 비난한 뒤 “미국의 도전을 받아들인다”며 정면대결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 항공사 보조금 문제에 대해 강경 대응한 배경은 2가지이다.
보잉사가 야심작으로 준비중인 7E7 ‘드림라이너’기에 맞서 에어버스가 유럽 각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에어버스 358기로 대응할 태세여서 기를 꺾어놓을 필요성이 커졌다.
또 미국의 제소는 미 서부 항공산업을 의식한 부시 행정부의 선거용 조치이기도 하다. 부시행정부로서는 최근 들어 에어버스에 밀리고 있는 보잉사에 힘을 실어 표를 얻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로버트 졸릭 대표가 “WTO 제소 후 60일간의 양자 협상기간 중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파스칼 라미EU 집행위원이 “이번 조치는 미 대선용”이라고 미국측 제소를 평가절한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은 에어버스사의 항공기 판매량이 보잉사의 판매량을 넘어서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항공사 불공정 보조금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양측 모두 음성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명쾌한 타협점을 찾지 못해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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