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전쟁에서 날씨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사례는 많다.수.당 전쟁에서 고구려의 대승은 요서지방의 겨울날씨를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였으며, 워털루 전투 때 때마침 쏟아진 폭우는 나폴레옹군이 자랑하던 포병부대의 기능을 무력화 시킴으로써 전쟁의 향방을 바꾸었다.
노르만디 상륙작전의 성공은 기상장교들의 정확한 예측으로 가능했고. 원폭에 희생된 나가사키의 비극은 당초 인근 목표도시의 기상상태 악화로 인한 폭격기의 방향수정 때문이었다.
■ ‘기후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날씨는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상재해에 따른 대규모 피해만이 아니다. 일상으로 접하는 대부분 소비재 산업의 매출은 계절변화와 기온, 날씨 등에 크게 좌우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자국 내 산업의 70%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날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직접적으로 날씨와 관계 있는 비즈니스의 규모가 미국 전체 GDP의 11%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 선인들은 주변 동물의 움직임으로 날씨를 예측했다. ‘개구리가 산에 오르면 비가 오고, 나무에서 떨어지면 날씨가 좋다’는 식이다. 개구리가 물을 멀리 떠날 수 있다는 건 대기가 습하다는 것이고, 발의 흡착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공기가 건조해진다는 뜻이다.
‘개미가 줄지어 가면 폭풍이 온다’는 것은 앞선 개미의 페로몬 냄새가 저기압으로 흩어지지 않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소가 엉덩이를 서쪽으로 돌리면 날씨가 맑다’는 건 바람을 정면으로 맞기 싫어하는 소의 성질 때문이다. 서풍은 맑은 날씨를 예고하는 고기압 바람이다.
■ 그러나 기상예측이 이렇게 간단하기만 할 리가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 속에서는 단 한 두시간 뒤의 날씨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아예 일상적 기상현상이 된 국지성 돌발호우가 한 예이다.
아무리 좋은 슈퍼컴퓨터를 돌린들 원천적으로 입력자료나 운영능력이 부실하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리 없다. 걸핏하면 극단 대립 양상을 보이는여야 정치인들이 이번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는 모처럼 노후장비 개선과 인력, 기술력 보완에 한 목소리를 냈다. 날씨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예산배정에 인색할 분야는 결코 아니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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