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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 오시미 마오루의 '이노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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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 오시미 마오루의 '이노센스'

입력
2004.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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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1995년)의 속편인 ‘이노센스’(Innocence)에는 ‘화두’만이 범람한다. 스스로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열혈팬이라 자처하는 이들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전작 ‘공각기동대’에서 던졌던 인간 정체성 문제에 공감하고 충격 받은 이들도 ‘이노센스’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같다. 감독이 자기만의 철학 세계에 홀로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정부직속기관 공안9과의 형사인 버트는 새로운 파트너 토그사와 함께 섹스전용으로 만들어진 가이노이드(소녀형 로봇)가 인간을 살해하는 사건을 조사한다.

버트의 파트너였으며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쿠사나기가 네트워크 속을 헤매다 ‘나의 기억도 프로그램된 가짜 인격’이 아닌가 하는 혼란을 겪었다면, 버트는 신체의 대부분을 사이보그화 한 인간과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로봇 중, 누가 더 인간적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그러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오시이 마모루의 천착은 동서고금의 대철학자들이 남긴 경구 속에서 길을 잃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혼란에 빠진 버트에게 밀턴, 데카르트, 공자 등이 남긴 인간성에 대한 경구를 툭툭 던져놓지만 관객들의 접근은 쉽지가 않다. 넓어지기는 했으나, 명쾌하지는 못한 오시이 마모루의 사유세계는 그의 영향을 받은 영화 ‘매트릭스’가 한바탕 휩쓸고 간 충격에 비해 약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저예산으로 제작한 전작과 달리 ‘이노센스’는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돼,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분류마저 무색케 하는 매력적인 장면이 이어진다. 차이니스 고딕 풍의 건물들과 코끼리 행렬장면 등은숨이 막힐 정도이며, 이어졌다 끊겼다 하는 음악도 관객을 숨가쁘게 몰아친다. 그러나 단지 그것 뿐,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진지함은 어설픈 코미디만 못 할지도 모른다. 8일 개봉. 12세관람가.

/최지향기자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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