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대선이 9일로 다가오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기구한 처지가 다시 논란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탈레반 정권 붕괴 후 투표권을 얻었지만 여성의 집 밖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는 아프간 문화 탓에 여성의 선거 참여는 사실상 죽음과도 같은 무모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아직 곳곳에 산재해 있는 탈레반 잔당들은 투표소에 나가는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살해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간 여성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들의 목숨보다 그렇게 화를 당했을 경우 가족들이 받게 될 수치심이다. 아프간에서는 여성이 집안에서 죽음을 맞는 것은 명예롭지만 밖에서 죽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가족의 수치이자 모욕이다. 때문에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미군에게 몸을 파는 윤락녀가 아니면 외국인이라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유엔에 채용돼 투표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로샤나(30)라는 아프간 여성은 “사지가 잘려나간 채 낯선 남자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을 상상하곤 한다”며 “가족에게 오점이 되지 않도록 거리에서 만큼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구호기관인 ‘문명사회를 위한 아프간인들’의 란기나 하미디(27) 여성국장은 “40달러씩 받기로 하고 투표지원 업무 인력으로 선발된 아프간 여성 30명 중 교육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고 지금은 6, 7명이 남아있다”며 “이들도 자신의 일이 가족의 명예를 걸만큼 가치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옛 탈레반의 거점인 칸다하르와 자불 등 남부 5개주의 등록 유권자 140만명 중 여성은 10%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이 도시지역 출신이다. 유엔 관계자는 남부지역은 여성의 외부 활동에 엄격한 파슈툰족의 전통이 강해 여성들의 투표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유석기자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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