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오는 공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에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들이 마른 행주를 쥐어짜듯 어렵사리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기업들이 벌이는 온갖 이기적 관행은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다. 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케케묵은 고질병들이 더 기승을 부리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정도를 벗어난 과도한 임금인상, 무분별한 접대비 사용, 범죄나 다름없는 면세품 빼돌리기, 퇴임 후까지 기득권을 누리는 ‘전관예우’ 관행 등 그 유형도 가지각색이다. 국정감사에 임한 국회의원들이 ‘비리의 복마전’이라고 개탄한 까닭을 알 만하다. 국정감사 때마다 공기업의 비리가 부분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속속들이 썩고 곪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13개 공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2001년 12.3%, 2002년 12.1%, 2003년 8.4% 등으로 모두 정부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을 크게 넘어섰다. 석탄공사의 경우 지난해 큰 적자를 냈음에도 임금을 11.9%나 올렸다. 공기업도 기업인만큼 수익을 많이 내면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불황의 늪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적자를 내고도 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린 것은 해도 너무 했다. 한국관광공사 직원들이 공항면세점에서 면세양주를 무더기로 빼돌리고 허위영수증으로 공금을 유용ㆍ횡령한 사례들은 범죄집단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익을 위해 세워진 공기업들에서 이런 비리와 범죄행위가 연례행사처럼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가 더 두렵다. 정부의 철저한 감독과 엄중한 책임추궁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는 나라 전체로 전염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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