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6월말까지 전후(戰後) 이라크를 이끌었던 폴 브레머 전 미 최고행정관이 전후 계획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했다.워싱턴 포스트는 5일 브레머 전 최고행정관이 버지니아주에서 행한 강연을 통해 “우리는 초기 무법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그 후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당시 우리는 지상군 병력이 너무 적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미국은 저항세력의 무장공격이 아닌 인도적 지원 및 난민 처리에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또한 전후 계획은 있었지만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계획은 없었다”고 토로, 전후 계획의 상당부분이 비현실적이었음을 시인했다.
이라크 전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는 듯한 이 발언이 나오자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공세의 날을 더욱 세웠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존 케리 후보는 “이라크에서 많은 실책이 있었는데 브레머가 이중 두 가지를 시인해서 다행이며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쥐었다.
이 강연에 대해 국방부의 한 관리는 “브레머는 최고행정관직을 떠나기 2주전 국경 수비 병력 증강을 요청한 것을 빼놓고 단 한번도 병력 증강을 요청했던 적이 없었다”고 퉁명스럽게 반응했다.
브레머는 언론들이 자신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파문이 커지자 부랴부랴 성명을 내고 “우리는 현재 이라크에 적정 규모의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다”고 발뺌을 했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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