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냐, 편리냐.’ 윈도XP의 무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서비스팩2’(SP2)를 둘러싼 갈등이 깊다. 제작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안전한 인터넷’을 위해 SP2 보급을 서두르는 반면, 인터넷 업체들은 SP2 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불편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SP2는 MS가 윈도XP의 성능 개선과 보안상 허점을 고치기 위해 개발했으며, 윈도업데이트 사이트(windowsupdate.microsoft.com)에 접속하면 자동 설치된다.
논란의 불씨는 윈도XP의 인터넷 보안을 강화해주는 SP2의 팝업창 및 외부프로그램(액티브X 컨트롤) 차단 기능. 이 기능은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귀찮은 광고 팝업을 막아주는 장점이 있지만 정보성 팝업이나 웹페이지의 멀티미디어 기능, 각종 인증 프로그램도 일단 차단한 뒤 허용여부를 묻기 때문에 인터넷에 문제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터넷 업체들은 이를 놓고 “보안을 강화한다며 개발된 SP2가 바이러스 감염이나 해킹과는 무관한 서비스까지 방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특히 “SP2의 까다로운 보안기능은 한국의 특수한 인터넷 환경을 무시한 처사”라며 SP2의 배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인터넷기업협회가 SP2로 인한 불편 사례를 모집하는 등 조직적 대응에 나섰다.
한국MS 관계자는 그러나 “이는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윈도XP 사용자들이 해킹과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상당 부분 해소해줄 SP2의 배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MS측은 “자주 가는 웹사이트는 클릭 한두 번으로 보안 설정을 풀어주면 종전과 다름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이것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자체 해결할 수 있다”며 사용자의 불편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분야의 전문가격인 컴퓨터 보안업체들은 SP2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블래스터’ 웜바이러스가 전국의 인터넷을 마비시킨 1ㆍ25 인터넷 대란의 선례처럼 ‘보안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인터넷 업체들은 ‘안전’보다 ‘편리’를 강조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서비스 편의도 좋지만 광고 팝업을 남발하거나 액티브X를 남용하는 행위 등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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