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김선일씨를 살해한 무장조직 ‘유일신과 성전’의 배후로 알려진 아랍계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36)가 실체적 진실과는 달리 미국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신화적’ 인물로 과대 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4일 미군 정보소식통들을 인용, “미국이 의도적으로 알 자르카위를 거물로 부풀리고 있다”며 “이는 알 자르카위에 대한잘못된 정보수집 및 판단으로 연결돼 결국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관련정보 실패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현지 미군 정보소식통들은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저항공격의 배후에 알 자르카위가 있다는 식의 정보를 제공한 이에게 1만 달러를 제공하고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이에게 아낌없이 돈을 뿌림으로써 사실과 다른 정보들이 다량으로 수집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소식통은 “우리는 대중에게 보여줄 만한 상징적인 악한이 필요했고, 그래서 알 자르카위가 등장했다”고 말해 잘못된 정보수집은 특정한 정치적 의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임을 시사했다.
텔레그라프는 미국이 ‘이라크 저항공격을 외부에서 침투해온 테러리스트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알 자르카위가 그들을 총지휘하고 있고 결국 알 자르카위를 체포ㆍ사살하면 저항공격은 잠잠해질 수 있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저항공격이 극심한 팔루자 등지에서 저항을 주도하는 세력은 자생적인 수니파 세력이라는 것은 현지 정보 요원들의 상식이다.
특히 미 국방부는 이라크에 아랍계 테러리스트가 5,000명 가량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현지의 미군 정보요원들은 기껏 200~700명 정도로보고 있다.
자르카위에 대한 정보왜곡은 현장의 미국 요원들이 인적 취재 방식을 통해얻은 정보를 워싱턴이 무시하는 과정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현지 요원들은 최근 알 자르카위와 측근들을 목표로 진행된 십여 차례의 팔루자 민가 폭격이 요원들의 수집 정보를 무시한 채 첩보위성을 통해 얻어진 정보만을 토대로 이뤄진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위성사진만을 맹신하면서 이라크 WMD 관련 정보를 오판했듯 알 자르카위 제거 작전도 현지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주먹구구로 진행되고 있다는반증이다.
한 정보요원은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볼 때 자르카위는 정치인들이 믿고 싶어하는 그런 역량을 가진 인물이 전혀 아니다”라고 결론 지었다.
요르단 태생으로 10대에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가담한 뒤 아프간 전쟁 당시 구 소련군과 싸운 알 자르카위는 이라크 전 종전 직후 이라크에 침투해 외국인 납치 등을 주도해왔다. 알 자르카위는 특히 지난해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올 6월 김선일씨를 살해한 배후로 지목돼 현재 2,500만 달러(287억원)의 현상금이 걸려있다.
/이영섭기자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