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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부산항 세계로 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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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부산항 세계로 뻗어라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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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개항 이래 처음으로 한 해 컨테이너 처리량 1,0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분) 시대를 열게 됐다. 컨테이너가 도입된 지 반세기 만의 쾌거로 한국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임에 틀림없다.아담 스미스가 국부의 원천으로 분업을 제창한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그가 분업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운송, 즉 물류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류기능은 거시경제적으로는 국부의 원천이지만 미시경제적으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대접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자유무역지대의 개념인 중계항 전략을 채택하여 항만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이를 ‘국가수익모델’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홍콩은 전체 부가가치의 60%를 국제물류 부문에서 얻고 있다. 네덜란드도 국제물류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동북아 물류 중심 국가’를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이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다.

부산은 이러한 ‘물류 입국’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물류트렌드는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 유발된 ‘제조물품 적재 컨테이너’가 미주와 유럽으로 이송되는 경향을 보였다.

동아시아에서 제조업이 맨 처음 발전하여 컨테이너 물류를 활성화시킨 곳은 일본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컨테이너 물류는 내부 유발 컨테이너만을 처리하는 ‘2자 물류’형의 비교적 덜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경우 환적물량이 중국 및 일본으로부터 넘어오면서 ‘3자 물류’형의 컨테이너 물류를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 및 홍콩과 함께 동아시아 3국중 가장 진화된 골격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현재 동북아의 항만들 간에는 아시아 대륙의 허브(중심축)항만을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컨테이너 선박이 대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9,600TEU급까지 발주된 상태라 내년에는 시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향후의 관심사는 이러한 극대형선이 어느 항만에 기항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런 선박은 너무나 규모가 크므로 여러 곳에 기항할 수 없다.많아야 1개 국가에 1개 항만, 아니면 1 대륙에 1 항만만 기항하게 될 것이다. 이런 선박이 기항하는 곳은 중심항만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주변항으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이 중심항만들을 연결하면 국제 물류 파이프라인이 된다. 앞으로 한국이 이 라인 속에 들어갈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이 라인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는 첫째 항만에 유입되는 화물(배후지물량과 환적물량 포함)이 많은가, 둘째 흘수가 깊은 극대형선이 안전하게 입항할 수 있는 수심을 확보하고 있는가, 셋째 물류가격이 저렴한가(배후수송비 포함), 넷째 주(主)항로 가까이 위치해 있는가 하는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부산항(부산신항 포함)은 이러한 지표를 기준으로 볼 때 가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필자가 올 여름에 만난 여러 해외컨설턴트 및 항만 전문가들이 평가해 준 것이다.

향후 선진 항만은 공급 연쇄 관리와 물류센터를 포괄하는 형태의 ‘4자 물류형’ 항만으로 변신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

앞으로는 세계적 물류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부산항이 세계화 전략을 정교히 마련하여 국제 물류 파이프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국부를 창출하는 동시에 부산 경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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