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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核주권과 '비확산'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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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核주권과 '비확산' 외교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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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초상집에 가서 밤새도록 곡하고 아침에 누가 죽었느냐 묻는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9월초부터 연이어 터져 나온 한국의 우라늄, 플루토늄 등 핵물질실험 뉴스와 전략물자인 시안화나트륨의 북한 유입설이 국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우리 정부의 ‘비확산’외교에 적신호가 온 것이다. 어떤 상황에 몰입해 있다 보면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기 쉽기 때문에 이번 사태의 원인진단과 사후처방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우선 핵물질 실험과 관련, 원초적인 잘못은 1991년의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이다. 당시 남한의 원자력발전이 총발전량의 47.5%를 점하고 있던 시절 원자력 산업에 필수적인 우라늄농축과 폐연료 재처리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농축ㆍ재처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서, 특히 우라늄의 채광.정련에서 시작하여 방사성폐기물처리에 이르기까지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불가결의 과정인데 이를 포기한다고 한 것은 한치 앞을 못 내다본 처사였다.

한국이 1982년에 플루토늄 추출실험을 했다는 보도가 이를 반증한다. 핵비확산의 모체인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각종 비핵지대조약(NWFZ), IAEA헌장 그 어디에도 농축ㆍ재처리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둘째, 이번에 문제가 된 IAEA의 추가의정서에 관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2월에 서명한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에 따라 과거의 핵물질실험을 신고하게 되면서 2000년의 우라늄분리 실험이 알려지게 되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의 대비가 소홀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추가의정서’는 원래 걸프전 이후 이라크의 핵개발시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사회가 종래의 안전조치모델협정(INFCIRC/153)에 따른 사찰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전제 하에 1993년 이른바 ‘93+2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비롯된 것이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90년대 중반이후 국제비확산체제의 실질적인 이행수단인 쟁거위원회(ZC)나 핵공급국그룹(NSG) 등 각종 수출통제에 적극 참여해 왔기 때문에 1997년 발효한 ‘추가의정서’의 성립과 그에 따른 새로운, 강력한 핵사찰제도가 탄생한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국내 과학자집단과 ‘비확산’외교를 담당하는 실무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결여되었거나 부족한데 있다. 과학자들의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가 때로는 고난도의 ‘비확산’국제정치 역학게임의 실체를 간과하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체의 고의든 실수든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전략물자인 화학무기 원료물질 시안화나트륨이 대량으로 북한에 유입되었다는 소식은 90년대 초 이래 우리가 공을 들여왔던 ‘비확산’외교를 무색하게 하는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나 되고 전체 수출액에서 통제대상품목이 720억달러로 40%에 육박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구미 선진국들이 대다수를 점하는 각종 수출통제기구 회원국들로부터 규정에 따라 우리기업이 몇 년씩 수출입금지 제재를 받는다면 이 또한 심각한일이다.

한편 북한은 남한의 핵물질 실험을 빌미로 6자회담을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슬기로운 해결책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핵물질 실험과 관련한 궁극적인 대책은 이미 사문화된 비핵화공동선언을 주도면밀한 ‘비확산’외교를 통해 ‘투명성’을 담보받고 적절한 시점에 백지화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현안인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현재 8명인 산자부 담당인력의 증원이 시급하고 최근 코드화 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HS(통관분류)시스템을 속히 가동하여 정부가 보다 능동적으로 통제ㆍ관리하는 체제로 가야 하며 기업은 기업대로 내부통제제도(ICP)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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