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올 때의 일이다. 강릉에서 원주까지는 한 시간 반쯤 쉽게 왔다. 거기에서부터 용인까지 평소 같으면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거리를 여섯 시간 반 동안 갇혀 있었다.자동차 뒷자리에 앉은 아들이 연신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친구는 해남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너희 아빠는 갓길로 안 가니?”“안 가. 너희 아빠는?”“우리 아빠도 안가.” 아이들이 서로 그런 문자를 주고받는 건 아이들 눈에도 갓길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다.
길이 밀리는 가운데 참으로 많은 자동차들이 갓길로 달려오다가 내 앞으로 끼어들곤 했다.평소 세 시간 반이면 오는 길을 아홉 시간 반 걸려서 왔다. 아이의 친구는 열 다섯 시간 걸려 다음날 아침에야 도착했다고 한다.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보낸 문자 중엔 이런 말도 있었다.
“갓길 없앴으면 좋겠어. 야비한 사람들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손해 보는길 같아.” 나는 이런 일이 마음 아프다. 그 차에도 아이가 타고 있었을 텐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선 안 될 걸 너무 쉽게 가르쳐준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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