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던 소비증가 석달만에 감소*유가 뛰면서 경기 가파른 내리막길
'3차 오일쇼크' 공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의 양대 축인 소비와
건설투자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국내 경기의 '더블딥(이중하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둔화하는 수출 증가세를 내수가 채워주지 못하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미미하나마 회복국면을 타던 경기가 1년만에 다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어 정부가 장담하는 5%대 성장률 달성은 커녕 내년 하반기까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내수회복의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설경기가 경착륙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건설수주액은 전년 동기대비 39.2%나 감소, 5년5개월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공공(26.1%)과 민간(42.0%), 건축( 37.1%), 토목(47.5%)을 막론하고 일제히 급락하면서 국내 건설경기가 최악의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설수주는 앞으로의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수주 급감에는 재건축, 재개발 수요가 실종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극도로 위축된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도·소매 판매도 다시 가라앉고 있다. 신차출시 효과 등에 힘입어 자동차와 연료판매(0.5%)가 다소 호조를 보였으나 도매업(-0.2%)과 소매업(-4.3%) 판매가 부진함에 따라 전체적으로 작년 동월대비 1.5% 감소했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고소득층의 소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백화점 판매는 6개월째 내리막을 기록하며 전월(-6.4%)의 2배를 넘는 13.0%의 감소율을 기록했고 대형할인점 판매 증가율은 전월(8.1%)보다 크게 줄어든 0.4%를 기록했다. 성장의 한 축인 소비가 완전히 무너졌음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작년 7월 저점을 찍고 8월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최근 5개월 연속 전월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가 더블딥에 빠져들었다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내리막 경사가 급해지고 있는 점이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증감율은 4월 -0.1%의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5월(-0.6%), 6월(-0.8%), 7월(-0.8%), 8월(-1.0%)로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도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9월에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확률도 낮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당분간은 경기를 전환시킬 만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까지는 경기하강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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