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가 한국을 테러대상국으로 공개 지목한 것은 우리 국민의 테러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이번 경고는 과거 종종 있어왔던 선박공격 위협 등과는 수준이 다르다. 주체가 알 카에다인데다, 경고 메시지가 이 단체의 2인자인 알 자와히리의 육성으로 판명되는 등 정보의 구체성과 현실화 가능성이 비할 수 없이 높다. 실제로 한국공격 가능성을 담은 또 다른 구체적 정보가 정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정부는 즉각 전 해외공관에 대비를 지시하고, 군 경찰도 비상경계에 돌입했다. 신속하고도 합당한 조치이긴 하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동맹국들과의 상시 정보교류 및 철저한 대테러 공조체제 유지와 함께, 전 국민이 현실상황을 정확히 인식토록 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파병 논란의 속사정이야 어쨌든 우리는 현재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 중인 국가다. 테러단체 측에선 당연히 반미 대항전선의 주요 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재건지원 명분 따위에 기대어 행여 요행을 바랄 처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번 위협이 심리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파병 비판여론을 의식, 정치권 일부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상황을 안이하게 보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일단 파병을 했으면 응당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국민들의 대비를 촉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테러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영국의 의원들이 지난달 방한 때 대국민 경각심 제고 노력을 테러방지의 유효한 방안으로 지적한 충고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테러는 바늘 끝 같은 틈새로도 파고들 수 있다. 전체 국민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이 테러방지 태세 구축의 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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