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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勞組할 힘도 없는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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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勞組할 힘도 없는 노동자

입력
200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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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노사분규가 많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특히 주목되는 내용은 한국의 노조가 지나치게 전투적이고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전투적이라 함은 선진국과 비교하여 파업이 많다는 것이다. 또 이기적 노조에 대한 비판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야 노동계에서도 제기되었고 많은 언론들도 그런 부정적 시각으로 파업을 보도해 왔다.정말로 우리의 노조운동이 그런 문제가 있나? 우리 노조가 선진국과 비교해 파업을 많이 한다는 주장은 좀더 객관적 자료에 기초한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노조의 역사적 성장단계가 다르다는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의 고도성장기에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수했던 불쌍한 노동자들이 많았다.

그들 중 상당수는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상황을 개선하려 애썼지만 그런 자유는 심하게 억압되었다. 이 시기 독점적 공공부문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이나 시내버스, 철도 등에서만 노조가 강했고 화학, 섬유 및 금속 등의 민간제조업의 경우 10%내외의 근로자들만이 발언권이 약한 노조를 조직했다. 정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적인 산업화 정책과 억압적인 정치적 환경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기업의 반노조적 정책 등이 빚어낸 산물이었다.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노조 조직의 자유는 신장되었고 대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에서 노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이후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사용자들의 일방적 구조조정이나 억압으로 많은 중소기업 노조는 소멸되었다.

구미 선진국들의 경우 노조조직의 자유가 2차 대전 전부터 서서히 보장되어 50년대부터 70년대에 노조조직이나 파업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다가 80년대부터 경제의 저성장이나 보수정부의 등장 등으로 노조 파업도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연령으로 따지면 노년단계인 선진국의 노조운동과 아직 청년단계에 해당하는 우리 노조운동의 파업수준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상대적으로 늦게 정상화된 우리의 노조운동이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아직도 파업이 많은 것이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라는 지적도 한계가 있다. 가능하다면 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진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으로 노조조직이 확장되어야 한다. 그런 노조운동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명분과도 맞는다.

하지만 선진국이나 국내의 경우 모두 사용자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역량이 있고 노동자들이 그런 요구를 제기할 만한 위치에 있을 때 노조가 조직된다. 특히 국내의 경우 자본이나 시장점유율 등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대기업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보다 노조를 인정할 경제적 여력을 가진다.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중소기업 노조 쇠퇴의 이유이기도 하다.

비정규직의 경우 이직률이 높아 노조에 대한 관심이 적고, 이들이 고용된 사업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영세기업이며, 여성이나 노년층 근로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조조직이 어렵다. 유럽에서도 스웨덴과 같이 노조조직율이 아주 높은 3~4 개 국가를 제외하고 비정규직 노조조직이 저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노조는 기업이 주도하는 고용상황의 변화에 따라 수세적 대응을 해왔고 한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노조가 파업을 하거나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을 보호하려는 것도 노조가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수세적 저항일 뿐이지 힘있는 자가 더 얻으려는 공세적 요구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노조 상황에 대한 평가와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자본주의 노사관계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기본적이고 성숙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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