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 은행 지점장 S(39)씨는 최근 사업을 하는 장인의 부탁을 받고 미국에 있는 처남에게 주택구입자금 5억원을 불법송금했다.S씨는 자기가 근무하는 은행지점에 본인과 부인 명의로 3억5,000만원, 장인과 장모 명의로 1억5,000만원을 예금한 뒤 이를 전문 환치기업자의 계좌로 이체한 다음 미국으로 빼돌렸다. 처남 K씨는 이 돈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47만달러(미화) 상당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사들였다.
중소업체 관리부장 P씨(47)는 공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뉴질랜드에서 부인 명의로 시가 15억원짜리 골프장을 사들였다. P씨는 횡령한 돈의 일부인4억3,000만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반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나머지 돈을 반출한 수법에 대해 계속 조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 관련업체 대표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또다른 P씨(50ㆍ여)는 환치기업자를 통해 빼돌린 돈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시가 100만 달러짜리 콘도를 구입해 현재까지 살고 있다.
관세청이 3일 발표한 환치기 사범 특별조사 결과 부유층의 재산 해외도피행태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 현직 은행지점장과 정상적인 환전상까지 개입하는 등 불법적인 재산 해외도피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이날 3개월 여의 특별단속 기간 중 1조6,000억원 규모의 환치기범죄 410건을 적발, 198건(7,783억원)을 검찰에 송치하고 211건(8,246억원)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환치기란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송금등 외국환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뢰인으로부터 일정수수료를 받는 수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최근에는 재산도피나 자금세탁 목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이 같은 사례를 집중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5월까지 관세청에 적발된 환치기 범죄 액수는 7,918억원으로 지난해동기에 비해 897%나 폭증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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