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탈북동기 통일전 동독과 닮은꼴"*전문가들 "中이 묵인하지 않는 한 힘들 것"
미국 북한인권법의 시행이 임박하고 탈북자들의 제3국 시설 진입사건이 급증하면서 학계와 탈북자지원 NGO들 사이에서 북한체제붕괴의 징후들이 나타난 게 아니냐는 논쟁이 불붙고 있다. 주민탈출러시로 국경 통제와 체제 장악력을 잃어버린 1989년 동독 정권과의 공통점이 비로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북한인권법 등으로 탈북자지원활동이 획기적으로 조직화할 것이라는 점 7월 베트남을 통해 460명이 입국하는 등 제3국 탈출루트가 고착화했다는 점 탈북자 규모의 대량화 등을 그 근거로 꼽는다. 무엇보다 탈북 동기가 기아탈출에서 생활향상 희구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통일직전의 독일과 닮은 꼴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NGO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단시일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등에 탈북자 10만여명
현재 중국 등 제3국에는 10만여 명의 탈북자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1990년대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 당시 북한을 떠났던 사람들이며 새로 탈출하는 주민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주중 캐나다 대사관 진입 등 최근의 사례는 내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부 단체의 '기획 작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이금순 소장은 "북한 내 가족에게 돈만 보내면 굳이 북한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탈북자들도 많다"고 밝혔다.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사무총장은 "인권법 통과 소식이 국경 인근 북한 지역에도 전해져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보위부 등의 국경경비가 강화돼 쉽게 움직이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대표는 "최근 외교시설 진입사건들은 인권법 통과와 상관 없이 브로커들이 기획했던 사안"이라며 "중국의 탈북자정책 강경화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현지에서는 잠깐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잠복한 체제 위협 요인
전문가들은 한국정부의 정책, 중국정부의 이해관계 등을 감안할 때 탈북자 문제가 북한붕괴를 촉진하는 독립변수로 작용하기 보다는 종속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94년 전후의 북한붕괴론과 비교, "10년 전의 미국과는 달리 부시 행정부는 고립봉쇄정책에 이를 뒷받침할 법까지 만들어 북한의 위기지수가 높아졌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합세하지 않는 한 북한 체제붕괴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근식 교수는 "북한이 내부단속을 마치게 되면 새로운 개혁 조치들을 쏟아낼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의 내성은 이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독일에선-동독인 大탈출… 통일 당겨
독일통일의 기폭제는 89년 여름 동독주민의 엑소더스였다. 연간 수만명 수준이었던 동독이탈주민은 같은 해 연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30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시민단체 운동으로 탈출이 조직화하고 체코슬로바키아와 헝가리, 폴란드 등 인근 국가로의 간접탈출루트가 열렸기 때문. 당시 이들국가의 서독 대사관은 담장을 넘는 동독인들 때문에 폐쇄되기 일쑤였다. 특히 이해 9월 서독으로 향하는 가장 짧은 길인 헝가리-오스트리아 서부국경 노선이 개방되면서 2만여명이 일시에 탈출, 동독 정권의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했다. 당시 헝가리 정부는 동독의 정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서독측 요구를 수용, 동독 주민들의 오스트리아 행을 묵인했다. 독일 통일은 베를린장벽을 넘어서가 아니라 이를 우회해 이뤄진 셈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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