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공연이 잘되면 좋아서 마시고 관객이 없으면 서운해서 마시고…내가 개인적으로 열렬 팬임을 자처하는 배우는 극단 목화 출신의 박희순이다. 참 멋있고 일단 연기를 무지 잘하는데, 그 이상의 미덕이 있으니 끝내주는 술 매너이다.
그 어떤 선배도 후배도, 같이 일해 본 연출들도 나쁘게 말하는 걸 들어 본적이 없다. 놀라울 정도로 연기력과 인간성 다같이 훌륭하니 주변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건 당연하다. 술을 같이 마시고 싶어하는 주변인들이 그냥 놔두질 않으니, 공연이나 촬영이 없는 날은 더 힘들다.
‘박희순이란 배우가 대배우가 된다’는 사실은 연극계에서는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모두들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한줌 시기심 없이. 이런 배우는 정말 흔치 않다. 우스개말로‘배우는 인간성이 나빠야 성공한다’ 혹은‘어느 배우는 술 마시고 이런 식으로 돌변하더라’라는 말들이 많은 곳이 이곳이다. 그런데 그런 시기나 험담이 박희순이란 배우에겐 통하지 않는다.
이 배우를 상징하는 단어는 인내라고 한다. 그것이 극명히 드러나는 곳이술자리라고 한다. 남보다 곱절은 마시고, 항상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시원시원 웃고, 가끔 인간적으로 싫은 사람 얘기도 하고, 2차 3차 꼭 가야되고. 술값 내는데 인색하지 않고, 즐거운 퍼포먼스도 보여주고, 그리고 뒷자리 다 정리하고 택시 잡아주고 그야말로 모든 걸 다한다.
술자리에서 한 실수는 묻지않는다지만 난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가끔 하는 실수는 있겠지만, 술 매너에도 본성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술자리 유혹이 많은 배우들에겐 술 매너도 하나의 인격이며 잣대이다.
연기 기가 막히게 잘하고 매력 있는 외모에 술자리에서도 빛나는 이 인간성 좋은 배우가 같은 배우들의 희망이요, 미래의 대배우임은 너무 당연한일이 아닐까 싶다.
/이지나ㆍ연극연출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