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1,2 /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베텔스만 발행 각권 8,800원댄 브라운의 추리소설 ‘천사와 악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상케 한다. 긴박한 사건 진행과 거듭되는 반전, 빈틈없는 서사구조가 그렇다. 줄거리를 좇다보면 독자의 이성은 그가 구축한 이완과 긴장의 리듬에 추종하는 순한 노예가 되기 일쑤다. 딴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그의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 역시 영화와 닮은 점이다.
그가 ‘다 빈치 코드’ 보다 먼저 썼다는 이 소설은 인류 구원의 명제를 두고 숙명처럼 맞서 온 과학과 종교의 갈등을, 냉전이 아닌 하드보일드 열전의 형태로 현시점에 재현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입자물리학연구소인 CERN의 한 유명한 박사가 꿈의 에너지원이자 가공할 무기일 수도 있는 ‘반물질’을 비밀리에 개발한 직후 참혹하게 살해된다.
반물질을 훔친 범인은 그의 가슴에 어느 방향에서 보든 같은 모양인 앰비그램 낙인 ‘일루미나티’를 남긴다. 창조론을 부인하는 과학자들에 대한중세 가톨릭교회의 무자비한 사냥을 피해 결성된 비밀 과학결사, 역사 속에 사라진 집단의 폭력적 부활이다.
그 날은 교황 선출일. 유력한 교황 후보4명이 잇달아 피살되고, 희생자들의 가슴에는 고대 과학의 4원소 ‘흙 공기 불 물’의 영문 앰비그램이 차례로 남겨진다. 그리고 교황청은 반경 800m를 초토화할 수 있는 반물질의 위기에 노출돼있다.
일루미나티를 연구해 온 기호학자와 반물질을 개발한 박사의 딸이 일루미나티의 음모를 추적하며 공방하는 과정이 반전을 거듭하며, 문자 그대로,숨가쁘게 전개된다. 물리학과 중세 예술, 가톨릭 의식 등을 종횡하는 작가특유의 현란한 지식은 덤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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