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담보를 설정해 거액을 대출 받으려던 토지사기단이 위조된 등기권리증에서 ‘작은 실수’를 알아차린 한 법무사의 기지로 현장에서 검찰에 붙잡혔다.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고건호 부장검사)는 30일 땅 주인의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을 위조, 시가 70억원인 수원 영통지구 1,400여 평의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임모(51)씨와 김모(42)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달 21일 땅 주인 행세를 하며 근저당 설정을 해달라고 법무사 김모씨를 찾았다. 14년간 검찰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하다 96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에서 개업한 김씨는 이들이 건넨 등기권리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등기권리증에 찍힌 수원등기소의 관인이 이 등기소가 생기기 전인 1994년에 찍은 것으로 되어 있었던 것. 수원등기소는 2001년 설립됐고, 이전에는 다른 등기소 관할이었기 때문에 김씨는 한 눈에 문서가 위조된 것을 알아차렸다.
일단 “내일 다시 찾아오라”고 임씨 등을 돌려보낸 김씨는 검찰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한모 수사관에게 제보, 22일 오후 임씨 등이 다시 찾을 때 현장에서 검거토록 했다. 김씨는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제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결과 임씨 등은 주민등록증에 자신들의 사진을 붙이고, 낡은 종이로 오래된 등기권리증을 만드는 수법으로 문서를 위조해 영통지구 땅에 근저당을 설정, 모 캐피탈 회사로부터 5억원의 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서류를 위조한 공범들을 지명수배하고 이들이 다른 토지사기 사건에 연루된 사실도 확인,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범 서모(40)씨는 공범들이 수사관들에게 검거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23일 새벽 자신의 원룸에서 자살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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