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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명절 때마다 안타까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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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명절 때마다 안타까운 모습

입력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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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 전 태풍 ‘루사’가 왔을 때, 내 고향 쪽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집이 쓰러지고, 전답이 휩쓸려가고, 동네 어른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우리집도 군인 30명이 이틀동안이나 와서 산에서 밀려 내려와 집 주변을 덮어버린 흙을 치우고, 새로 도랑을 놓았다.그리고 지난해 아직 정리가 다 끝나지 않은 동네의 큰길과 냇물을 ‘매미’가 다시 비를 몰고 와 휩쓸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이태 연속 명절을 쇠면서도 명절 쇠는 기분이 나지 않았다.

올해 고향에 가니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물도 넓어지고, 또 그 옆에 새로 닦은 길도 먼저 길보다 넓고 반듯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객지에 나가 있는자식들을 맞는 동네 어른들의 얼굴이 모처럼 환해 보였다.

그러나 명절이 되어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을 둔 부모님도 있었다. 오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 동구밖에 나와 서성거리는 부모님의 마음을 객지의 자식인들 왜 모르겠는가.

노나라 시절 공자님은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고 했지만, 현대에 들어 ‘가혹한 경제야말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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