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면서 집안 분위기도 바꾸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많은 돈 들여집 전체를 뜯어고치지는 못하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의외로 간단한 것이 공간 연출. 인테리어, 플라워 아트, 테이블 데커레이션 등 집안 꾸미기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수백 개를 한 권에 모아놓은 책이 나왔다.숙명여대 디자인학부 이진민 교수가 낸 ‘공간연출 디자인 꽃과 테이블’은 디자인 교육자로서의 10년을 결산하는 책답게 집안 전체 구성부터 작은테이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의 많은 부분을 아우른다.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를만나 디자인과 데커레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데커레이션은 디자인과 실용성이 결합된 장르
“공간을 예쁘게 장식하는 데커레이션이야말로 디자인과 실용성을 접목해야 가능한 종합예술입니다. 아무리 멋지게 디자인된 공간이라도 마무리가좋지 않으면 소용이 없지요.” 이 교수의 책은 일반인들에게는 개념 구분도 모호한 데커레이션, 스타일링, 코디네이팅, 디스플레이 같은 개념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데커레이션이 공간을 장식하는 것을 뜻한다면 스타일링은 그 곳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활방식과 취향을 더한 것입니다. 코디네이팅은 공간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작업이지요. 섬세한 마음씀씀이와 충분한 연습에서오는 테크닉이 어우러질 때 아름다운 공간연출이 가능해집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론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지면은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로 넘쳐난다. 외국 학교에서도 교재로 쓸 수 있도록 직접 영문 해석도 달았다.
“이론서도 준비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 데커레이션의 즐거움을 먼저 전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재미있고 편하게 하게 되는 거구나’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본 후에 이론을 공부하면 오히려 효과가 있겠죠.”
◆"자연은 무한한 영감의 창고"
이 교수의 책 중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부분에 설명한 ‘데커레이션에서제해야 할 오류’. 잡지나 방송 등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선입견과편견은 창의적인 데커레이션에 큰 장벽이 된다.
“초등학생 미술대회 심사위원을 해보면 아이들이 모두 똑 같은 그림을 그린 것을 볼 수 있어요. 만약 정해진 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작품은 가차없이 탈락되지요. 그렇지만 ‘미(美)’라는 개념이야말로 주관적이에요.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잘했다, ‘예쁘게 만들었네’라고 말해주면 자라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서울대 미대 조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국립동경예술대 대학원 디자인과에서 실내ㆍ외 환경디자인를 전공해 이 대학 미술학박사 1호를 따낸 욕심 많은 그녀.
대형 환경 프로젝트부터 작은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공간디자인 현장에서도 이름높은 이 교수의 작품들은 2000년 ‘남북이산가족만남(COEX 아셈홀)의 장’ 연출,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공간 매뉴얼 제작, 일본 히로시마 교량 디자인 등으로 굵직굵직하게 이어진다.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있는 에너지를 그녀는 “매일 아침 하늘로부터 얻는다”라고 설명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산책과 수영을 하면서 창조주가 우리에게 준 아름다운 선물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요. 하루라도 아침운동을 거르면 그 날은여지없이 엉망이 되지요. 여기서 얻은 영감을 모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질 때와 같은, 전 세계적 이벤트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꿈입니다.”
◆ 공간 데커레이션에서 피해야 할 여섯 가지
▦ 익숙한 시각적 대차대조표를 빼내라
사람들은 익숙한 스케일, 비례, 균형을 변화시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불균형과 규모의 파격, 혹은 어긋난 비례가 눈에 상큼하게 들어올 수 있음을 명심할 것.
▦ 지나치게 친절한 '구상성'을 버려라
무엇을 그렸는지 한 번에 알 수 있게 하는 자세한 설명적 요소, 즉 구상성은 데커레이션의 다양성을 앗아간다. 연출한 사람의 의도 외에 보는 이가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할 것.
▦ '천하통일'이라는 무리수를 빼라
전체적인 조화나 통일성에 대한 강박은 지루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이 긴 공간일수록 데커레이션에서의 '극적인 반전'도 필요하다.
▦ '~스타일'에 대한 강박을 없애라
'캐주얼 스타일', '로맨틱 스타일', '앤틱 스타일'…. 많은 이들은 데커레이션에 돌입하기 전 스타일부터 정하려 든다. 공간은 자유롭게 춤출 수 있어야 한다.
▦ 어깨의 힘을 빼라
'어려운 테크닉 구사=좋은 데커레이션'이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특히 플리워 데커레이션에서 너무 어려운 테크닉을 구사하느라 전체 공간과의 조화를 놓치는 경우를 본다.
▦ 군더더기를 없애라
처음 데커레이션을 시도할 때는 여기저기서 본 것들을 모두 시도하고 싶은욕심이 많이 날 것이다. '심플(simple)하지 않으면 신풀(sinfulㆍ죄악의)해진다'는 말 되새기자.
/김신영기자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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