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신교 120년을 되돌아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놓고 KBS와 보수성향의 교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KBS의 특별기획 ‘한국사회를 말한다’의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 방송(2일 오후 8시)을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ㆍ대표회장 길자연)와 일부 대형교회가 방송중지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성장제일주의, 담임목사 세습, 불투명한 재정운영, 목회자의 도덕성 등 교계의 민감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이번 방송에 대해 이들은 “교회를 폄하하기 위한 일방적ㆍ의도적인 매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가 펄쩍 뛰는 것은 최근 교회에서 일어난 비리와 부정등이 부각됨으로써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
방송 내용 중에는 강남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세습 찬반문제로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각기 다른 장소에서 보고 있다든가, 한 교회의 목사가 교회 공금 31억원을 개인의 선거자금과 불륜 합의금, 개인용도 건물 건축비 등으로 유용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들어 있다.
한기총은 그동안 방송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세차례나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KBS가 강행방침을 굳히자 매우 격앙된 상태. 한기총은 30일 KBS 사옥 앞에서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열고 “교회에서 제명되거나 이탈한 사람들의 편협한 주장을 근거로 대형교회를 흠집내기 위해 제작한 편파방송”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교회를 일반기업과 단체의 경영이나 조직의 가치관에 비추어 재단하고 있다”면서 10월7일까지 매일 KBS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시청료분리징수와 시청거부, 1000만 기독인 서명운동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박신호 선교국장은 “한국 기독교가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온 부분보다는 교회내부의 발전과정에서 생기는 인간적인 잡음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면서 “타 종교의 문제는 놔두고, 기독교만 집중적으로 문제 삼는 것은종교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KBS측은 “세계 10대 대형교회 중 5개가 한국교회일 만큼 선교 대국에 이르기까지의 공과(功過)를 살펴보고, 최근 제기되는 개신교 위기론의 징후와 그 대안을 찾자는 취지”라면서 “근대화와, 민주화, 사회복지등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친일, 독재정권과의 유착, 대형교회의 비민주적인 부분 등을 진지하게 조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를 타깃으로 비리와 치부를 파헤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을 공론화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진보적인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의 한 관계자는 “교회의 역기능을 부각시킬 경우 정상적인 교회들마저 파편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사회가 제기하는 교회의 문제를 지금까지 자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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