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30일 베이징(北京) 주재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44명의 신병을 인도하라고 강력 요구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강경 기조로 선회하는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이런 관측은 선궈팡(沈國放)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안보상의 이유'로 신병인도를 요구한 데서 비롯된다. 외국공관을 무단 침입하는 탈북자 문제를 국내 '치안' 문제로 간주하던 중국이 이번에는 '안보'라는 포괄적이고도 심각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28일 미국 상원이 북한 인권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권법은 탈북자들에게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앞으로 4년간 매년 2,000만 달러씩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중국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현재 중국에는 10만∼20만 명의 탈북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법 발효 후 탈북자 지원이 본격화할 경우 중국 땅에서 활동하는 한국 및 서방 NGO들의 기획탈북 시도가 한층 활기를 띨 것은 명약관화하다. 중국으로서는 탈북 지원 단체들에게 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법안통과 이후 망명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북중 국경을 대거 넘을 경우 북중 국경에 불안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중국이 지불해야 할 안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이 급증하고 있는 탈북자 한국 송환이 북한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중국 정부에 강력한 단속과 북한으로의 송환을 요구한 것도 중국측 태도변화의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탈북자들에 대해 "갈 테면 가라"며 비교적 방임적 입장을 취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탈북자 명단을 조직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탈북자를 지원하는 NGO조직과 탈북 루트를 조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은 탈북자들의 쇄도로 동북3성 지역의 치안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 탈북자 문제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중국 인권문제까지 자극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탈북자들이 공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모의 수류탄과 흉기 등으로 공안을 위협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도 중국측 강경선회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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