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조사부(황윤성 부장검사)는 1998년 기업어음(CP) 및 후순위채권을 낮은 할인율과 이자율로 인수해주거나 임대료 납부기한을 연장해 주는 등의 수법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한 이건희 삼성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와 임원 83명 가운데 81명에 대해 무혐의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검찰은 김영환 전 현대전자산업 사장에 대해서는 기소유예하고, 고 정몽헌회장은 ‘공소권 없음’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로 볼 때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가 곧바로 형법의 업무상 배임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고, 이들의 행위에 배임의 범의(犯意)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이 이사회 의결 없이 한라그룹 기업어음 3,490억원을 인수해준 뒤 한라의 부도로 상당액을 회수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배임의 혐의를 인정했으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독자 판단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김영환 전 사장을 기소유예했다.
검찰은 “수출 주력기업으로서 대외신인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업무상 배임은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만 있어도 범죄가 성립하는데 검찰은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의 도산을 막으려 지원했다는 재벌의 논리만 따랐다”며 “검찰 청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질 예정”이라며 밝혔다.
참여연대는 98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5대 그룹의 4조원에 달하는 계열사부당지원 사실을 밝혀내고 7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재벌총수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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