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녹화된 성폭력 피해자의 증언 비디오 테이프에 대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증거로 인정,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가 병원 등 외부 기관에서 일정요건을 갖추고 작성된 증언 비디오 테이프를 제출하면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 재차 ‘아픈 기억’을 설명하는 과정을 피할 수 있게 됐다.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3,4세 여자 유치원생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모 어린이집 운전기사 김모(60)씨에게 “어린이들이 서울시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진술한 내용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증거로 인정,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촬영대상의 상황과 대화 등이 녹화된 비디오 테이프는 인위적 조작이 없었다는 전제 하에 원진술자가 ‘테이프 속 모습과 음성이 자신의것이 맞다’고 인정하면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비디오 촬영기사와 상담사, 피해자들이 모두 테이프가 진본임을 인정하고 피고인측도 제작과정에 이의를 나타내지 않아 증거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올 3월부터 시행중인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13세 미만의 어린이나 장애인 등이 성폭력 피해를 당했을 경우 수사기관이 이들의 진술을 녹화, 증거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성추행과 상해 혐의로 기소된 김씨는 1심에서 피해 어린이의 비디오 진술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일부 무죄 판결과 함께 징역 8월형이 선고됐으나 2심 재판부는 비디오를 증거로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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