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부상이 27일 폐연료봉을 무기화했다고 발언, 핵문제에 한층 경직된 대결자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폐연료봉 재처리로 얻은 플루토늄으로 핵 억지력을 갖췄다는 식의 완곡어법을 사용한 것에 비해 직설적으로 핵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줄곧 발언수위를 높여온 것과 달리 재처리를 본격 진행한 확실한 흔적은 없어, 이번 발언도 미국의 압박에 강경하게 맞서는 상투적 전술로 풀이된다. 상황이 갑자기 악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그러나 미국이 대화는 시늉에 그친 채 우회적 압박을 강화하고, 북한이 강경하게 맞서는 구도는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한다. 유일한 대화 마당인 6자 회담의 9월 속개 합의는 이미 깨졌고, 11월 미 대선 전에 다시 열리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어차피 북미 모두 대선이 끝나기를 기다릴 계산이라면 도리 없지만, 문제는 그 사이 대화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미 대선 결과를 어떻게 기대하든 간에 강경 일변도로 가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이 대선과 맞물려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협의지가 엿보이지 않는다. 이런 판에 우리를 비롯한 주변국의 설득마저 뿌리치고 강하게 맞서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세도 지지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붕괴가 아닌 북핵 위협 제거가 진정한 목표라면, 타협 여지를 봉쇄하는 것은 잘못이란 비판론이 미국에도 많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 위협을 과장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핵개발 의혹까지 과장해 운신을 어렵게 하는 것은 6자 대화틀 강화에 역행한다. 북한에는 미래의 희망을 제시하고, 한국 중국 러시아등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지원하라는 충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진지한 대화의지 없이 북핵 문제 해결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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