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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時가 만난 낭만의 시대로/심포닉 시리즈-부천필의 톤디히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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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時가 만난 낭만의 시대로/심포닉 시리즈-부천필의 톤디히퉁

입력
200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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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전당이 ‘심포닉 시리즈-부천필의 톤디히퉁(Tondichtungㆍ音詩)’으로 2004/2005 시즌을 시작한다. 5년에 걸쳐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을 마친 부천필이 새롭게 리스트와 바그너, R. 슈트라우스의 화려한 오케스트라 대작들에 도전, 평소 국내에서 듣기 힘든 곡들을 임헌정의 지휘로 연주한다.‘톤디히퉁’은 ‘시를 음악화한다’는 뜻의 독일어로 문학적 텍스트가 있는 관현악 장르를 가리킨다. 추상적인 음표만으로는 다양한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낀 교향곡 작곡가들이 찾아낸 돌파구다. 그 출발점은 베를리오즈와 리스트가 ‘교향시’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바그너는 아예 직접 쓴 대본으로 오페라를 작곡, 문학과 음악의 신성한 결혼을 시도했다. 어느 경우든 단순히 문학을 음악으로 옮기기보다는 음악을 풍성하게 하고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문학을 껴안았다고 할 수 있다. 엄격한 형식의 순수음악인 교향곡과 달리 교향시는 텍스트에 따른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에 표제음악적 성격이 강하고 형식과 표현이 훨씬 자유롭다. 그 결과 오케스트라 기법이 최대한 발달하고 화려해지면서 음악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교향시의 등장은 문학적 감수성이 지배하던 낭만주의 시대의 일반적 정서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베토벤 이후 교향곡은 끝났다”는 음악사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교향곡에 관한 한 베토벤이 다 이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다는 고민에 빠진 작곡가들이 음악외적 요소인 문학적 텍스트를 끌어들여 교향곡을 확장시킨 것이다.

‘부천필의 톤디히퉁’은 10월 8일 리스트, 11월 12일 바그너, 12월 10일 R. 슈트라우스로 진행된다.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곡들로 프로그램을 구성, 후기 낭만 시대 관현악의 장대하고 화려한 세계를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다양하고 독특한 소리들이 만개하는 데다 예민하고 뜨거운 감수성이 흘러 넘치는 음악들이라 감상의 재미도 각별할것 같다.

10월의 리스트 곡들은 ‘메피스토 왈츠 1번’과 ‘파우스트 교향곡’. 괴테의 ‘파우스트’를 텍스트로 한 ‘파우스트 교향곡’은 파우스트-그레트헨-메피스토펠레스의 3개 악장으로 되어있다. 특히 3악장 ‘메피스토펠레스’는 뼈가 부딪치는 듯한 소리를 내거나 장식음을 비틀어서 붙이는 등 소름 끼치는 다양한 소리로 악마를 묘사하고 있다.

이 교향곡의 피날레 ‘신비의 합창’은 ‘영원한 여성성이 우리를 구원으로 이끈다’는 파우스트의 마지막 절창을 노래하는데,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박현재가 독창자로 부천시립ㆍ성남시립합창단과 협연한다.

11월 프로그램은 바그너의 오페라로 되어있다. ‘탄호이저’ 서곡, ‘로엔그린’ 3막 전주곡, ‘파르지팔’ 중 ‘성 금요일의 음악’, ‘발퀴레’ 중 ‘보탄의 이별’,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을 연주한다. ‘보탄의 노래’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바리톤 사무엘 윤이 부른다.

R. 슈트라우스를 연주하는 12월 프로그램은 ‘돈 주앙’과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죽음과 정화’다. 모두 오케스트라 기교의 정점을 보여주는 걸작들이어서 가히 진수성찬이다. 특히‘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틸레만 지휘 런던 필 협연으로 유명한 소프라노 낸시 구스타프슨이 부를 예정이어서 최상의 연주가 기대된다.(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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