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기간 중 국제유가가 또다시 급등,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40달러 안팎의 고유가 국면이 고착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고,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도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유가 왜 오르나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천재지변과 국제정세의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열흘간 10%나 폭등, 선물가격 기준으로 28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한때 사상 최초로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했다. 또 현물가격도 전날보다 0.30달러 오른 배럴당 49.91달러를 기록, 사상 초유의 50달러선에 육박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47.07달러로 전날보다 0.20달러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47달러대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1.34달러 상승한 배럴당 38.14달러를 기록, 지난달 25일 39.11달러를 기록한 이후 1개월여만에 38달러대를 넘어섰다.
국제유가의 폭등세는 잇따른 허리케인으로 석유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 석유재고가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미국의 주간 석유재고가 원유는 380만배럴, 휘발유는 160만배럴 줄어들 전망이며,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이 발생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최근 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며 곧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유가가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세력에 의해 왜곡돼 2001년 이후 정보기술(IT) 분야의 거품이 꺼지듯이 가격이 급락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가 경제 발목 잡나
8월말 이후 일시 안정됐던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5%대 성장'을 전제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재정지출과 세입예산을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까지 우려된다.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률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연간 평균 국제유가가 25달러에서 35달러로 10달러 오르면 성장률은 0.6%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를 넘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은 5%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올해 5% 성장 여부는 유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최악 시나리오는 40달러를 넘는 고유가가 내년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민간연구소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4%대 성장률 전망에도 불구, 정부는 내년 성장률이 5%에 달한다는 가정에 따라 적자 국채를 6조8,000억원만 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유가로 성장률이 추가 하락해 세수부족이 발생할 경우 5% 성장 목표를 지키려면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거꾸로 재정건전성을 지키려면 4%대 혹은 그 이하 성장률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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