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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추석 민심의 절박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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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추석 민심의 절박한 외침

입력
2004.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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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발 지긋지긋한 이념논쟁이나 정치싸움은 그만하고 무너져가는 민생부터 챙겨라”. 여름휴가만큼이나 자못 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번잡한 일상이 시작됐다. 집집마다 가족,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기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아진 민심이 있다면 바로 이 한마디가 아니었을까.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요즘처럼 정치가 경제를 짓누른 때는 일찍이 없었던 것같다. 국민들은 외환위기에 못지않은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건만, 집권세력과 야당의 싸움,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살벌하다. 국민을 이끌어 이 어려운 경제적 난국을 헤쳐 나갈 의지와 역량을 여에서도, 야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위기의식을 더욱 깊게 한다.

요란한 이념논쟁도 따지고 보면 그 내용은 공허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위기의 원인을 참여정부의 좌파적 정책때문으로 몰아붙이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참여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성장과 효율’ 만큼이나 ‘분배와 형평’을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정책들을 뜯어보면 생각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더 많다. 정부가 본격 추진하려는 기업도시 정책만 하더라도 그렇다. 개인의 사유재산인 토지의 수용권을 기업에게 주는 것은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변신이 나름대로 원칙과 일관성에 따라 이뤄진다면 좌우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접근이라고 찬사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안마다 시장과 반(反)시장 정책 사이를 오가며 우왕좌왕하는 혼란상이 참여정부의 이념적 현주소로 더 정확할 것이다. 이념적 편향보다는 이념적 정체성이 애매한 것이 더 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공허한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당면한 경제난의 해법이다. 답답할 정도로 낙관론으로 일관하는 정부는 내년에 5%대 성장을 장담하며 예산안도 이를 전제로 짰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연구소와 기관들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4%대로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 당초 5.2%로 잡았던 전망치를 무려 3.6%로 대폭 낮췄다. 성장률이 정말 이렇게 내려간다면, 실업률은 반대로 그만큼 올라가고 내수회복도 더 멀어져 경제는 회복도 하기 전에 다시 침체의 악순환에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

한동안은 경제위기라는 진단조차 금기시하던 정부는 뒤늦게 금리를 내리고, 추가경정 예산을 동원하는 등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추락하는 지표들을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때문인지 최근 경제팀에서는 외부 환경을 탓하는 발언들이 잦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경제부총리,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가 모두 나서 은행들의 이기주의를 맹비난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무능보다 더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잘못을 국민에게, 시장에게 전가하려는 무책임함이다. 절박한 추석 민심의 외침처럼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스로의 정체성과 허물부터 돌아보는 자기반성이 선행하길 바란다.

배정근 부국장 겸 경제부장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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