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나 응원은 한마디도 없었다. 갖가지 쓴 소리만 실컷 듣다 왔다."추석 연휴 동안 지역구를 돌며 민심을 탐문했던 여야 의원들은 29일 "나빠진 민심이 비상사태 수준"이라며 긴장했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최악으로 치달은 경제에 대한 국민의 걱정이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내 재래시장을 돌았다는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 을)은 "경기 침체가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다 보니 의욕을 잃은 상인이 많았다"며 "기껏 여당이라고 뽑았더니 아무 것도 못할 바에는 우리당을 나와버리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은 "정부가 중소기업 사이의 경쟁체제를 강화해서 기업들이 출혈경쟁을 계속하는 데다 대기업이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어 죽겠다고 아우성"이라며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소기업을 하루 빨리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컸다"고 전했다.
김우남 의원(제주·북제주 을)은 "지난 여름 태풍과 수해로 인해 수확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농민의 시름이 너무도 깊었다"며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 개방까지 겹쳐 정부·여당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성난 농심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구출신인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전국구)은 "화폐개혁에 대해 정부가 이상한 짓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많았다"며 "지역 은행에서 벌써 현금을 달러로 바꿔 보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곧장 이어졌다.
우리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 갑)은 "정치 쟁점에 대해 잘했다거나 잘못했다는 식으로 숨김없이 얘기하던 과거와는 너무 달랐다"며 "국보법 등에 대해 얘기해 보려 말 꺼냈다가 오히려 머쓱해졌다"고 말했다.
김재윤 의원(서귀포·남제주)은 "먹고 사는 문제로 밤잠 설치는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한 게 뭐 있냐며 꾸중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특히 초선이 많은 17대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 기대했는데 밥그릇 싸움하는 것은 똑같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전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큰 때문인지 정부·여당이 추진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 과제에 대한 불안감도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부산 서)은 "여당이 너무 성급하게 국보법이니 과거사문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걱정이 컸다"며 "한나라당은 제발 거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민생 경제를 꿋꿋이 챙겨달라는 주문도 많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상렬 의원(목포)는 "내일은커녕 오늘도 암담해 하는 국민을 내팽개치고 과거 문제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여권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았다"며 "총선 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는 유권자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추석 전만 해도 우리 정책이 옳다면 반발이 있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먼저 민생을 안정시켜 국민 지지와 성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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