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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의자 없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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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의자 없는 도시

입력
200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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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일하는 계산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이들의 업무형태 때문인 듯하다. 이들의 종아리도 퉁퉁 부어있기 일쑤다. 떠오르는 한가지 의문. 왜 종업원들에게 서서 일하게 하는 것일까? 앉아서 일하도록 의자를 주면 안 되는 것일까?물론,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이나 손님에 대한 적극적인 응대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리가 아파서 불편해 하는 종사원들의 표정을 보아야 하는 손님의 불편한 마음은 배려하지 않은 듯하다. 의자 없는 환경은 백화점뿐만 아니다. 길거리를 나서도 제대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찾기가 어렵다. 물론 건강한 시민이야 길거리 의자가 절실하지 않겠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의자는 오아시스만큼이나 반갑다. 하지만 의자는 부족하고 정류장에 있는 의자는 먼지 때문에 선뜻 앉기 어렵다. 거리를 걷다가 의자를 발견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사색에 잠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커다란 복지가 아닐까?

2001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벤치아트라는 행사가 있었다. 원하는 시민들 누구나 의자 값을 지불하고, 예술가에게 의뢰해 만든 의자를 시내에 설치하는 프로젝트였다.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취리히에는 다양한 예술벤치가 놓여졌고, 시민들에게 휴식을 줄뿐만 아니라 훌륭한 볼거리로 자리잡았다.

시민의 복지에 대한 무관심,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상업적 이익을 위한 공간으로 돌리는 탐심 때문에 도시는 답답하다. 도시에 의자를 설치하여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은 조그마한 공원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에게 작은 공원 혹은, 오아시스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번 추석에 좌석권 구하지 못해 입석으로 귀향하시는 분들 힘들 내시길….

/홍경수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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