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생산업체 AMIC사는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고전하다 지난해 10월 홍콩 소재 S사 회장인 이모(35)씨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러나 회생의 돌파구로 여겼던 새로운 대주주 이씨는 다름아닌 기업 사냥꾼이었다.AMIC사를 106억원에 인수한 이씨는 10개월 동안 무려 78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했다. 회사자금을 정기예금으로 맡긴 뒤 이를 담보로 대출 받아 돈을 빼돌리고 100만 달러 상당의 신용장을 자신 소유의 S사가 사용하도록 하는 등 건실한 벤처기업을 철저히 먹잇감으로 이용했다.
이 회사에서 횡령한 돈은 또 다른 기업사냥을 위한 인수자금으로도 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횡령사실이 발각된 직후 도피 생활을 하다 최근 자주 드나들던 룸살롱 여 사장의 집에서 붙잡혀 구속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24일 올해 8,9월 두 달간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한 집중 감시활동을 벌인 결과, 이씨처럼 M&A를 빙자해 거액의 회사돈을 횡령하거나 계열사 지원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불법 전용한 5개 회사 대표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인 이스턴테크놀로지사의 전 대주주 황모(42)씨는 올 8월 자기자금 없이 이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 정기예금 24억원을 빼내고 79억원 상당의 회사 약속어음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횡령한 돈과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인수자금을 갚은 뒤 관련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동기 생산업체인 삼화기연은 지난해 9월 회사를 인수한 이모(52)씨가 회사돈 2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2,000원이던 주가가 200원대로 급락해 결국 코스닥 등록이 취소됐다.
컴퓨터시스템 설계업체인 사이어스사는 대주주 이모(50)씨와 매수자인 또 다른 이모(36)씨가 공모해 회사돈 89억원을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는 바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통신판매 제조업체인 코리아링크사는 대표 박모(44)씨가 부실 상태였던 자신의 개인회사 아이쎈에 444억여원을 지원하는 바람에 결국 부도가 나, 소액투자자들이 1,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자신의 지분을 현금화하려는 대주주와 기업사냥꾼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 같은 M&A 비리가 늘고 있다”며 “현재 비슷한 사례에 대한 여러 건의 첩보를 입수해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