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치타'가 더 빨랐다.24일 밤 2004 부산국제육상대회가 열린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출발 총성과 함께 3만 관중의 환호가 터졌다. '원조탄환' 모리스 그린과 '인간치타' 숀 크로퍼드(이상 미국)가 격돌한 육상 남자 100m. 세기의 탄환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기록 단축은 없었다.
4레인과 5레인, 나란히 질주하던 둘의 격차가 벌어진 건 30m를 지나면서부터. 탄력이 붙은 크로퍼드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10초20 크로퍼드의 승리. 그는 전날 "그린을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0.26초나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그린은 못내 아쉽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6명과 세계 톱랭커 3명 등 절정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나온 터라 기록단축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월드스타들이 국내 무대에 선보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기록경쟁은 이연경(23·울산시청)이 가장 돋보였다. 그는 여자 100m허들에서 13초 47로 결승선을 끊고 우승했다. 16년만에 종전 한국기록(방신혜·13초63)을 0.16초 앞당겼다. 이연경은 올해 4월 13초30을 세웠지만 기준풍속 초과(초속 2.8m)로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허들왕' 앨런 존슨(미국)은 아테네 무관의 한을 씻었다. 그는 남자 110m허들에서 13초79로 우승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록(12초92)보다 한참 뒤쳐졌다. 한국 허들의 자존심 박태경(광주시청)은 존슨에 이어 2위(14초02)를 차지했다.
여자 100m에선 아테네올림픽 200m 동메달리스트 데비 퍼거슨(바하마)이 11초 22로 우승해 100m 은메달리스트 로린 윌리엄스(미국)을 제쳤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메세레트 데파르(에티오피아)가 출전한 여자 5,000m에선 예상대로 데파르가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했다. '제2의 임춘애'로 불리는 유망주 노유연(서울체고)은 6위에 그쳤다.
부산=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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