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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귀향 앞둔 여의도 표정/"살기 힘든데 뭘했나" 질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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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귀향 앞둔 여의도 표정/"살기 힘든데 뭘했나" 질타 걱정

입력
2004.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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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쓴 소리를 들을지 걱정입니다." 17대 국회 개원 후 첫 명절을 맞아 귀향활동을 펼치는 여야 의원들의 발걸음이 무겁다. 의원들을 만나면 너나없이 지역구민을 만날 걱정이 화제다. 요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지금 그런 일 할 때냐"는 추궁을 받을 경우 받아낼 논리를 짜내는 게 가장 힘든 숙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가보안법 폐지나 과거사 청산 때문에 경제살리기나 지역현안 해결을 소홀히 한다고 힐난하는 지역구민을 설득할 명분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의원들도 "정치가 달라진 게 뭐 있냐"는 힐난을 받을까 한숨을 쉬고 있다.

신중식 의원(전남 고흥·보성) "워낙 경제가 안 좋은 데다, 쌀 수입 개방과 추곡수매가 인하로 지역구민의 시름이 끝간데 없이 깊어졌다"며 "당장 입에 풀칠하기 조차 힘겨워 아우성 치는 사람들에게 개혁 입법의 취지가 먹힐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학용 의원(계양갑)은 "민생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 과제만 추진한다는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더구나 곳곳에서 여권을 반미친북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있어 불안감마저 높아진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북 출신의 한 의원은 "충청은 신행정수도 전남은 광양항 개발이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전북에는 머 하나 온 게 없다며 도민 상당수가 현 정부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긴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좋아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전했다.

대전 출신의 선병렬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그는 "한나라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데다 수도권 여론 또한 행정수도 이전에 부정적이라 행정수도이전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여당이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설득할 테지만 만약 잘 안되면 충청의 민심은 싸늘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귀향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당 지도부는 "나라가 어지러운 건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 여당 탓으로 돌리라"는 귀향 홍보지침을 내려 보냈지만, 의원들은 "서민들이 정치권 욕하는데 여야 가리겠냐"며 한숨을 쉬고 있다.

권경석 의원(경남 산청)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면서 "서민들이 가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경로당이나 복지시설 등 찾아 죄송한 마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영월이 고향인 고진화 의원은 "지역구의 민심이 심상치 않아 귀향을 포기하고 지역구 인 영등포 재래시장과 중소기업 등을 둘러볼 것"이라며 "욕 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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