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가 국내외 민간인으로부터 빌린 채무가 지난 21일을 기점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이를 국민 1인당으로 나누면 415만원에 이른다.23일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21일 국고채 1조5,000억원에 대한 대금납입이 이뤄짐에 따라 올들어 각종 국채발행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액이 36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국가채무가 165조7,000억원이며 연말까지 해외차입금을 1조9,000억∼2조원 상환할 예정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친 국가채무가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997년만해도 60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경기진작을 위해 국채발행과 공적자금 상환이 계속되면서 급증했다. 2000년(111조4,000억원)에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4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 다시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올들어 국가채무가 9개월만에 35조원 이상 늘어나게 된 이유는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편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국채 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 들어 21일까지 발행된 국고채는 38조원이며 이 가운데 유통 중인 국고채를 갚기 위해 발행된 차환발행용 7조원을 제외하면, 국고채로 늘어난 국가채무는 31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달 초 10억달러(1조2,000억원) 규모의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이 발행됐으며, 현재 4조3,000억원 가량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주택채권(6월말 발행액 3조4,428억원)까지 감안하면 국채발행 순증액은 36조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 때문이라며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서도 정부의 환율부양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2003년 12조8,000억원을 외환시장에 투입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개입강도를 계속 높여 10조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발행잔액이 2002년말 15조8,500억원에서 지난달에는 36조원으로 늘어났으며, 환율관리에 따른 누적적자가 3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환율부양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을 펴지만, 실제로는 전체 수출액 증가액 가운데 환율효과는 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도 "국가부채를 급증시키면서까지 환율을 지켜야 할 만큼 물가 등 다른 경제 변수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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