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가장 고쳐야 할 점은 일을 너무 완벽하게, 잘 하려는 경향입니다.”21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열린 행정자치부장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식사를 하던 허성관 장관이 느닷없이 ‘공무원 완벽주의론’을 꺼내자 참석자들은 잠시 술렁거렸다. 허 장관은 멈추지 않고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진행도 잘 안 된다”면서 “완벽하게 안 해도 될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게 문제”라고 강변했다.
‘공무원들이 완벽….’ 숟가락을 들던 기자들은 허 장관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잠시 식사를 멈추기도 했다. 허 장관은 대체 무슨 의도로 상식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말을 했을까.
또 다른 해프닝을 접하곤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허 장관은 간담회에 앞서 배포한 27쪽짜리 ‘장관취임 1주년 맞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한번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허 장관은 정부혁신을 위해 쉬지않고 달려왔다” “풍부한 아이디어와 직원들에 대한 애정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왔다”…. 마치 80년대 만들어진 초등생을 대상으로 하는 위인전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취임 1주년을 맞아 허성관 장관이 ‘연출’한 두 건의 해프닝을 보고 국민들은 무슨 느낌을 받았을까. 물론 허 장관의 발언은 격무에 지친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배려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 점을 인정하더라도 그의 현실인식은 ‘공상과학’적이다. 감이 너무 떨어진다.
교수 출신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해양수산부장관 등 요직을 단기간내에 거쳐오느라 아직 아카데미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걸까. 이번 해프닝은 허 장관에 국한된 ‘사건’이기를 바랄 뿐이다.
양홍주 사회2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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