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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CTV 감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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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CCTV 감시사회

입력
200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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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카메라가 범죄예방 및 단속에 쓰인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영국에서 기록된 첫 사례는 1824년 스코틀랜드에서 소매치기가 숨겨진 카메라에 찍혀 추적 끝에 체포된 것이라고 한다.이후 시위 주동자를 가려내기 위한 사진 채증 등에 이용되다가 1970년대 폐쇄회로 TV 카메라가 등장했다. 방범 감시용 CCTV가 널리 보급된 것은 90년대부터지만, 세계최대 감시망을 자랑하는 영국에는 무려 250만 대가 설치됐다. 런던에만 경찰과 민간이 모두 15만대를 운용, 시민 한 사람이 하루 평균8차례 CCTV에 잡힌다고 한다. 이론상으로는 300회에 이를 수 있다니, 감시사회라는 말이 지나친 과장은 아닌 성 싶다.■ 런던 같은 도시에서는 자기 집 문밖을 나서면 어디서든 감시 카메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차장부터 드나드는 모습이 찍히고 도로에서는 교통감시 카메라가 지켜본다.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도 여러 가지 감시 카메라에 잡히게 되고, 직장 곳곳에도 유리 눈이 있다. 현금인출기 식당 술집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호텔마다 예외 없이 감시 카메라가 있으니 일상생활 전체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기록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거리 방범을 위해 골목길과 공원 등에도 잇따라 CCTV를 설치, 어딘가 혼자 숨을 곳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

■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영국을 비롯해 나라마다 CCTV 감시망의 실제 방범효과와 사생활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영국의 경우 CCTV 운용지역에서는 범죄발생률이 20~40% 정도 낮아졌다.범인검거율도 비슷하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민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70%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범죄학자와 인권 단체들은범죄 감소에는 실업률 하락 등 여러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일종의 착시(錯視)효과를 경계한다.실제 글래스고우 시처럼 CCTV 설치 후 범죄가 오히려 늘어난 곳이 있는가하면, 시민들의 범죄피해 불안감이 커졌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 비판론에는 첨단기술로 사회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이념적 동기와 시장확대를 꾀하는 CCTV 산업의 이해가 결합, 감시망 설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비판론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컴퓨터 얼굴인식기술이 발달,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의 행적을 빠짐없이 추적하는 전자 미행(尾行)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감시망 도입에 앞서 지역특성에 따른 기대효과와 폐해를 따지는 정밀한 위험평가(risk assessment)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감시기록 악용을 막는 법적장치도 필수적이다. 서울 강남구에 이어 너도나도 길거리 CCTV 설치를 서두르는 우리사회도 유념해야 할 충고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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